[이데일리 조민정 김형환 기자] “곰탕집에 6명 넘는 단체 와서 먹는 걸 본 적 있어요? 없어요. 그리고 요즘은 단체손님 와도 테이블 쪼개 앉아 먹으니 인원제한을 늘려도 소용 없어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곰탕집을 운영하는 박모(37·여)씨는 불과 2주 전만 해도 곧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지만 이번 거리두기 조정 발표를 보고 결국 ‘제자리걸음’이라고 한숨 쉬었다. 박씨는 “코로나 확진자 관리도 안 하면서 왜 장사하는 걸 막는지 모르겠다”며 “장사가 안 되는데 인원 수만 조금 풀어주는 건 아무 영향이 없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종로구 한 노래방 출입문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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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60만명까지 폭증하자 방역당국은 오는 21일부터 2주 동안 인원제한을 6명에서 8명으로 완화하고 영업시간은 그대로 저녁 11시를 유지키로 했다. 지난 5일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완화하면서 다음 거리두기 조정에선 본격 완화를 시사했던 데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자정 이후까지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하던 자영업자들은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상암동에서 국밥집을 운영 중인 김모(51·여)씨는 “우리처럼 일반 식당은 인원제한이 큰 의미가 없다. 게다가 10명이 와도 손님들이 알아서 5명씩 두 테이블로 나눠 앉는다”며 “지금 제일 필요한 건 시간제한을 없애고 24시간 장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이미 장기화된 거리두기로 소비심리 자체가 줄어 체념했다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 꼬치집 사장 김모(59·여)씨는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돈을 쓰질 않는다.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줄었는데 6인에서 8인으로 늘린다고 무슨 효과가 있나”라며 “술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술장사는 영업시간 제한이 제일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식집 사장 정모(54·남)씨 또한 “확진자가 너무 무섭게 늘어나 어차피 손님 자체가 없다”며 “인원 제한 늘린다고 손님이 늘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보여주기식으로 조정하면서 왜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민들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테이블 쪼개기’로 이미 인원제한이 주는 부담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는 반응이다. 동교동에 거주 중인 대학생 박모(21·남)씨는 “동아리 회식할 때 10명 넘게 모여서 가도 다 나눠 앉았다”며 “6인이나 8인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인원제한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고 말했다.
자영업단체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은 영업시간 제한을 자율에 맡기고 피해 지원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정부는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며 “자영업자 피해 회복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놓은 ‘코로나 긴급구조플랜’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