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총괄원가를 반영해서 결정돼야 하는 데도 소비자 부담과 국민경제 영향 등을 우선해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 유보는 당장은 달지만 나중에는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요금 인상을 미뤄서 생기는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빚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전력(015760)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적용되는 2022년 1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한전 “전기료 29.1원 인상 요인”…정부 “물가 안정 우선”
한전이 판단한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29.1원이다.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BC유의 1분기 실적연료비는 kg당 467.12원으로, 기준연료비 대비 61.6% 급등한 영향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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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국민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요금 유보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11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1~3월은 겨울철이라서 전기와 가스 수요가 높은 시기”라며 “요금 인상 시기를 조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기요금은 상품·서비스의 원재료라서 다른 부문의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으로 여겨지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무색…“인상 사실상 전무”
일각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벌써부터 유야무야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가 깨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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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1~9월 1조129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4조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한전의 적자로 그치는 것이 나이다. 공기업 부채는 미래세대에 이자 비용까지 더해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것과 같다.
현재의 전기요금 동결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적자가 발생하면 차입금이 늘어나는데 이는 부채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전의 부채 비율은 2018년 160.6% 2019년 186.8%, 2020년 187.4%에 달한다.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1조9000억원, 2조원, 2조원이다. 아울러 이자 지급을 위한 차입금 증가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조달 비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전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할 때마다 자금 조달금리는 약 0.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에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말 그대로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 연동제 유보로 발생한 미조정액(29.1원/kWh)은 추후 요금을 조정할 때 총괄원가로 반영돼 정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