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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 관련 소송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최길림 변호사(법무법인 시완)는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과거 대장동 토지주들을 대리해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험이 있어 대장동 개발 사정에 밝다.
금융기관 참여로 민간업자 자금조달 비용도 크게 줄어
남 변호사 등 민간 개발업자들은 ‘대장동 사업성이 불확실해 위험부담이 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 변호사는 이를 일축했다. 그는 “민영 재개발 사업의 경우 토지를 확보하는, 이른바 ‘땅작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과정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민관 합동 방식의 경우 이 과정이 수월해 민간 업자로선 그만큼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월등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나 대출 등 외부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민간 사업자들로선 땅작업과 인·허가가 과정이 길어질수록 이자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며 “남 변호사 이전에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도 결국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 변호사는 “민영 개발에선 일일이 땅주인들을 설득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땅을 확보해야 한다. 이게 실패하면 사업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공공이 주도할 경우 형식적 협의 절차를 거친 후 수용이 가능하다. 시간의 문제일 뿐 사업 추진은 확실한 만큼 리스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 변호사 등 민간 개발업자들은 애초 민관 합동개발시 수익을 50%만 가져가야 하니까 반대했다”며 “이 시장 취임 후 공영 개발로 갈 수 있는 위기감 속에서 민관 합동 개발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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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자로선 수익 측면에서도 민영 개발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최 변호사의 지적했다. 개발이익의 절반만 가져가는 구조라고 하더라도 민영 개발에 비해 투자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결과적으로 수익에선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민영개발의 경우 시간이 돈인만큼 토지주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싼 매입금액을 제시할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대장동 개발의 경우 토지를 상대적으로 싸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었고, 금융기관의 컨소시엄 참여로 자금조달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고 밝혔다.
실제 2009년 민영 개발업자와의 500억원에 매매계약 체결했던 한 원주민 토지는 2015년 민관 합동 개발을 통해 300억원대에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토지 비용만으로도 민영개발에 비해 50%에 가까운 사업비가 절감된 것이다.
다만 “낮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과 공영개발에 비해 비싼 분양가로 아파트를 구입한 수분양자 입장에선 손해를 본 사업이다. 결국 막대한 개발이익은 이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성남시 입장만 고려해 성공한 사업이라고 자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업자 개발이익, 부동산 폭등때문? “분양 당시 정해졌다”
또 막대한 민간업자의 수익 원인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지목한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선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분양가는 2017년쯤 정해졌다. 그때 대략적으로 민간업자에게 얼마가 돌아갈지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관 합동개발이더라도 민간 개발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토지를 공공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개발이익을 제한하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 관점에선 민간 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한다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공영개발 주장에 대해선 “과거 대장동 민영개발을 주장했던 것이 한나라당인데, 개발 특혜 의혹이 터지니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영개발보단 적지만 공영개발도 초기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모든 재개발을 공영개발로 한다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지자체나 사업성 없는 지역의 재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임대주택이나 소형 평수 공급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공영개발만으로는 다양한 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