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2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술품경매업체 소더비가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 대니얼 롭(53) 써드포인트 최고경영자(CEO) 요구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소더비는 7개월간의 끈질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총 3명의 이사회 자리를 롭 측에 내줬다.
다만 소더비는 롭이 이사진에 오르는 대신 써드포인트의 소더비 지분보유율을 최고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승리했다”며 “‘낡은 명작(名作)’이 된 소더비의 개혁이 예상된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대니얼 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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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는 소더비 지분 9.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소더비 온라인 판매를 개선하고 경쟁업체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FT는 “적대적인 이사진 3명이 등장해 윌리엄 루프레흐트 소더비 CEO가 잠 못드는 밤을 보내게 됐다”며 “롭 CEO는 루프레흐트 CEO가 주주 돈으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롭이 소더비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2012년 가을부터 양측의 공방이 격화됐다. 롭은 지난해초 공개서한을 통해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고 소더비는 경영진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경영권 방어수단인 ‘포이즌 필(Poison Pill)’로 맞섰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더 많은 행동주의자들에 이사회 자리를 내줬다. 밸류액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사진 한 자리를 꿰찼고 칼 아이칸은 홀로직(Hologic)에 두 자리를 차지했다. 스타보드밸류는 와쏘페이퍼(Wassau Paper) 이사회에 참관인을 배치했다. 사외이사 임명에 있어서도 행동주의자 입김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정보제공업체 팩트셋샤크워치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기업들과 행동주의자들 간 20건의 합의가 있었으며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최다 타이 기록이다.
행동주의자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가 사상 최대인 750억달러(약 77조원)로 불어나면서 이들은 이전보다 더 큰 기업들까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소더비와 롭 측의 구체적 합의 내용에는 소더비가 롭에 대해 더 이상 공개 비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