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韓銀 뉴욕소장 "금융위기 이젠 고비 넘겨"

류후규 소장 "금융시장 호황일 때 위험 포착해야..제도적 장치 필요"
"감독체계 강화는 금융위기의 교훈..중앙은행 포괄적 감독책임도 요구돼"
  • 등록 2009-05-15 오전 10:48:33

    수정 2009-05-15 오전 11:11:55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美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전후로 대형 은행들의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일부 실물지표의 악화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어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젠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여집니다."

▲ 류후규 韓銀 뉴욕사무소장
류후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55·사진)의 말이다. 류 소장은 최근 한은 인사에서 금융안정분석국장에 임명됐으며, 이달 하순 귀국을 앞두고 14일(현지시간) 맨해튼 미드타운 뉴욕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특히 2006년 5월부터 뉴욕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월가의 금융위기를 현장에서 처음부터 지켜본 몇 안되는 한국의 금융전문가중 한명이다.

류 소장은 작년 10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한국은행간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홥 체결에 힘을 보탤 수 있었던 점이 뉴욕사무소장 재임중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월가의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빠르게 확산됐고, 한국 역시 금융기관들이 외화유동성 위기로 내몰렸다. 다행히 한미 `통화스왑` 같은 신속한 대응책들이 나오면서 한국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류 소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경제나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위험을 포착해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제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실물생산 활동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완벽성"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최근 자본 적정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로 우선 대형은행의 예상손실 규모(약 6000억달러)와 지급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습니다. 또 경기 악화에 대비해 일부 은행에 대한 추가 자본확충(746억달러)이 결정됨으로써 은행들의 수익전망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비관론자들은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비판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수익전망을 낙관적으로 판단한데다 지급능력에 문제가 있는 은행이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보다는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대출 재개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 등 충분한 자본을 보유한 우량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등 자본확충이 필요한 은행간에 차별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대출의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유럽과 여타 지역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필요성도 대두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한국이 겪은 금융위기와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한국의 외환위기와 미국의 금융위기는 모두 전형적인 은행위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은행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고위험 자산에 과잉 투자했다가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되면서 은행산업이 부실화되고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 상실로 신용경색이 유발됨에 따라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습니다. 

반면, 두 금융위기는 몇 가지 차이점도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위기상황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지만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는 글로벌 위기로 확산돼 위기 극복에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의 외환위기는 대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과잉 투자에서 비롯된 데 반해 미국의 금융위기는 모기지의 증권화가 무분별하게 심화되고 가계 및 금융산업이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확대한 데 기인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 일각에선 미국의 금융위기 대처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에는 공적자금의 조기 투입과 부실은행의 국유화 등 신속한 대응으로 비교적 단시일 내에 위기가 수습됐습니다. 반면 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경우엔 은행산업 규모가 워낙 큰데다, 의회 등의 정치적 부담도 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일부 은행에 대한 정부출자 형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이로 인해 위기 극복에 상당 기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미국의 금융위기가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요? 
▲ 류후규 韓銀 뉴욕사무소장은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인터뷰중인 류 소장(왼쪽).
▲ 미국의 금융위기는 저금리 기조하의 자산가격 거품, 그리고 과도한 레버리지와 증권화로 인해 확대된 리스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첫번째 교훈 이라면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와 증권화, 첨단 금융기법에 의한 레버리지, 여기에다 리스크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했던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됐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론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감독체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시 신용경색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이같은 원칙에 초점을 맞추어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2006년 5월부터 시작된 뉴욕소장 근무가 이달 중순으로 끝나시죠. 미국의 금융위기를 가까이서 지켜보신 소회를 말씀해주시죠? 
▲ 지난 3년은 미국경제 및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택과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월가의 유수 금융기관들이 몰락하고 투자가들의 탐욕이 공포로 돌변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경제나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위험을 포착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금융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중앙은행 등의 정책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손상될 수 있는 소지를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관련 정보도 완전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글로벌 경제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실물생산 활동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완벽성이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뉴욕소장 근무중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일은 무엇인가요?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처하고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간의 통화스왑 협정체결을 성공시킴으로써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을 되찾는데 힘을 보탰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류후규 뉴욕사무소장은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1977),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1991).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제1부, 국제금융부, 조사제2부, 국제부, 국제협력실을 거쳐 2006년 5월부터 뉴욕사무소장을 맡아왔고, 최근 인사로 금융안정분석국장에 임명돼 이달 하순 귀국할 예정이다. 다수의 연구논문을 썼고, 니알 퍼거슨 옥스퍼드대 교수가 저술한 `현금의 지배`를 번역했다. 상명대학교에서 국제기구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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