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유쾌한 하루

예술이 숨쉬는 거리를 걷다 세련된 앤틱 구경… 그리고 멋진 바에서 한잔
  • 등록 2007-04-19 오전 10:31:40

    수정 2007-04-19 오전 10:33:19

▲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행크 모빌리 등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들이 무대에 섰던 70년 역사의 재즈바 "빌리지 뱅가드" 123개의 좌석이 재즈의 비트를 느끼고자 하는 뉴요커들로 가득 찼다.
 
[조선일보 제공] '음식을 날로 먹거나 덜 익힌 채 섭취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뉴욕의 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메뉴에 적힌 문구는 기름을 둘러 잘 익힌 음식보다는 채소나 날곡식 같은 ‘로 푸드’(raw food)열풍에 빠진 ‘건강 염려증 뉴요커’를 비웃는다. 물론 예의와 미소를 살짝 띄우고.

꽉 막힌 도로와 칙칙한 하늘이 ‘행복’이란 단어와 쉽게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뉴욕. 그러나 뉴요커들은 살짝 냉소적인 유머와 즐거움을 하이힐처럼 신고 경쾌하게 걷는다. 뉴욕에서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을 그들처럼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뉴욕스런’ 물건 넘치는
첼시 벼룩시장 감칠맛 나는 ‘100년 역사’ 벽돌오븐 피자

작은 갤러리 사이로… 첼시 골목에서의 하루

젊은 예술가들의 최신 작품, 니콜 리치가 단골이라는 멋진 카페, 스텔라 맥카트니·마이클 아람 같은 최고의 패션·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매장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정답은 맨해튼 남서쪽의 첼시(Chelsea)다. 한때 소호(SoHo)가 누리던 젊고 활기차며 맵시 있는 예술 거리의 명성을 이어받아 뉴욕의 에너지를 한껏 뿜어댄다. 낡은 벽 뒤에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이 첼시의 매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건물 사이사이를 속속들이 엿보자.

뉴욕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유정인(27)씨는 “첼시 산책은 남쪽의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와 맞붙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격”이라며 “이 지역은 지금 뉴욕서 가장 ‘잘 나가는’ 카페와 클럽이 모여있는 곳으로 꼽힌다”고 했다.

주말의 아침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뉴요커들을 만날 수 있는 식당 파스티스(Pastis), 나오미 캠벨이 즐겨 찾는다는 아라비안 나이트 스타일의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스파이스 마켓(Spice Market) 등을 구경하며 9번 애브뉴를 따라 올라갔다. 15가를 지나면 식재료상 식당 꽃가게 등이 모여있는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바둑판 모양의 길을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갤러리 탐험을 시작하면 된다.

남북으로는 14~30가, 동서로는 5~10번 애브뉴까지가 통상적으로 ‘첼시’라고 불리는데, 약 200개의 크고 작은 갤러리가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작은 창을 들여다봤을 때 그림이나 조각 등이 눈에 띈다면 십중팔구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라 보면 된다.

▲ 새것보다 더 트렌디한 골동품을 만날 수 있는 첼시 25가 벼룩시장.



17, 18가와 벼룩시장서 엿보는 인테리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17, 18가가 제격이다. 뉴욕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대중적인 인테리어 브랜드 웨스트 엘름(www.westelm.com·112 West 18th St.), 보컨셉(www.boconcept.com·144 West 18th St.)과 지난해 가을 문 연 금속 디자이너 마이클 아람의 플래그십 스토어(www.michaelaram.com·136 West 18th St.) 등 세련된 전문 매장이 몰려있다.

평범한 간판 탓에 그냥 지나칠 뻔한 하우징 워크(http://housingwork sauctions.com·143 West 17th St.)는 첼시의 낡은 듯 세련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미국판 ‘아름다운 가게’ 격으로 기부 받은 중고 물품을 팔아 에이즈 환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동·서양의 골동품 가구(나무 의자 약 85달러, 1인용 줄무늬 천 소파 약 150달러), 낡은 구제 옷가지(10~20달러), 중고 LP·CD(3~5달러), 각종 헌책(약 4달러) 등을 한 곳에 멋스럽게 모아놓았다.

●첼시 벼룩시장=첼시의 주말은 벼룩시장으로 분주하다. 길목의 주차장에서 주로 열리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25가와 6번 애브뉴 교차로에서 열리는 ‘25가 벼룩시장’이다. 낡아서 더욱 멋진 가죽 커버 식탁 의자(약 100달러), 녹슨 골동품 램프(약 35달러)와 5달러면 손에 넣을 수 있는 1960~70년대 재즈 LP들…. ‘뉴욕스런’ 물건들을 사러 나온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 토·일요일 오전 7시쯤부터 시작되고 오후 3시쯤이면 파장 분위기다.


뉴욕이지만,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될까

●첼시 마켓=싱싱한 식재료와 아기자기한 빵집으로 유명한 250m 길이의 먹거리 상점. 1930년대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나비스코’의 공장이 있던 곳으로 낡은 벽돌과 슬레이트 천장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블랙 커피 없이는 먹기 힘들 정도로 단데도 자꾸 손이 가는 ‘팻 위치 브라우니(www.fatwitch.com)’,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 빵을 공급하는 ‘에이미스 브레드(www.amysbread. com)’, 해산물을 진열해두고 무게를 달아 바로 요리해주는 ‘랍스터 플레이스(www.lobsterplace.com)’ 등 입맛을 다시게 하는 식당들이 발걸음을 바쁘게 한다. www.chelseamarket.com, 75 9th Ave.

여유 있게 커피 한잔 즐기려면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202’가 좋겠다. 패션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섭렵하며 유럽서 명성을 얻고 있는 니콜 파르히의 컬렉션 한가운데서 저마다 수다를 떠는 모습이 뉴욕 그 자체다.

●파스티스=토요일 오전 11시. 늦잠의 유혹이 한창일 시간인데도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완벽한 패션의 20~30대 젊은이들로 촘촘한 자리가 꽉 찼다. 주름진 빨간 그늘막 탓인지 외관은 허름해 보이는데,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캐주얼하고 와글와글하고 젊다. 리브 타일러, 케이트 보스워스 등 연예인들이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어 파파라치들의 표적이기도 한 곳. 입에서 녹아 내리는 5㎝ 두께의 ‘프렌치 토스트(과일 포함)’는 14달러, 감자·팬케이크·연어·계란·치즈가 차례로 올라간 ‘노르웨이식 계란 요리(큼직하게 썬 감자볶음 포함)’는 16달러, 아삭아삭한 각종 야채가 식초 드레싱과 함께 나오는 ‘그린 샐러드’는 8달러. www.pastisny.com, 212-929-4844, 9 9th Ave.

●팻치스 피자리아=‘100년 역사’라는 간판을 보고 반신반의하며 들어간 피자집인데, 결과는 대만족. 얇은 반죽에 치즈와 토마토 퓨레로만 맛을 낸 ‘뉴욕 스타일’ 벽돌 오븐 피자는 감칠맛 나는 ‘끝맛’의 여운을 두고두고 남긴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라지 피자 16달러(토핑 하나 추가에 2.50달러), ‘해산물과 매콤한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링기니’는 15.95달러. http://patsyspizzeriany.com, 646-486-7400, 318 West 23rd St.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많은 뉴요커들이 최고로 꼽는 작은 재즈 바. 첼시와 그리니치 빌리지 경계쯤에 있다. 일주일 단위로 연주자를 바꿔가며 매일같이 재즈 라이브를 연다. 오후 9시, 밤 11시 두 번 공연이 있는데 예약을 하지 못했다면 30분쯤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한다(4명이 넘으면 예약 필수). 4월 둘째 주 공연은 2005년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 앨범상’을 수상한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Frisell)의 트리오가 맡았다. 난해한 듯 묘하게 어우러지는 화음에 감동해 발끝을 흔들다 보니 어느덧 공연 끝. 앙코르도 없이 무 자르듯 끝내버리는 한 시간 공연이 못내 아쉬워 자리를 뜨기 어렵다. 입장료 35달러(공연에 따라 약간씩 바뀐다. 10달러짜리 음료 쿠폰 포함), 맥주 10달러, 와인 한 잔 6달러·한 병 24달러부터. www.villagevanguard.com, 178 7th Ave. South, 212-255-4073

앤디 워홀 작품부터 만화 특별전까지
미술관, 비오는 날에 가면 더 좋다


‘앗! 비가 오네. 미술관에 가야지.’

뉴욕에 도착한 다음 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미술관을 찾기에 제격인 날이다. 시간은 없고 갈 곳은 많은 뉴욕이다 보니 갈등이 만만치 않다.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의 손을 거쳐 이전보다 두 배 넓고 시원한 모습으로 2004년 11월 다시 문을 연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MoMA)’으로 향했다.
앤디 워홀의 ‘골드 마를린 먼로’,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잔상’,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익숙한 작품(유명 작품은 4~5층 갤러리에 몰려 있다)은 물론 만화 프린트 특별전까지, 하루는커녕 한 주로도 모자랄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궂은 날씨가 오히려 고마울 정도다. 기다란 우산을 가져가 로비에 있는 보관소에 맡겨야 했는데 줄이 길어 맡기고 찾는데 각각 30분은 족히 걸렸다. 우산은 되도록 짧은 것으로, 배낭도 반입이 안되므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미술관 안에는 2층과 5층 두 곳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는데 역시 줄이 길다. 티켓은 한 번 끊으면 하루 동안은 다시 입장이 가능하므로 잠깐 나가 요기를 하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www.moma.org, 212-708-9400, 11 West 53 St.

숙소|
어피니아 듀몬트_‘피트니스’를 주제로 한 디자인 호텔. 요가 매트, 조깅을 위한 CD 플레이어 등 운동 기구들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세 명이 족히 누워도 될 킹 사이즈 침대, 커다란 소파, 책상, 텔레비전에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갖춰진 주방까지 웬만한 콘도 못지 않은 시설이다. 주니어 스튜디오 스위트(11~16평) 1박 379달러 선(무선 인터넷 하루 9.95달러). 5번가와 가깝다. www.affinia.com, 212-481-7600, 150 East 34th St.

더 타임 뉴욕_브로드웨이 한가운데 위치한 깔끔한 디자인 호텔. 유행을 이끄는 레스토랑이 많기로 유명한 ‘헬스 키친(Hell’s Kitchen)’ 지역과 아주 가깝다. 헬스 키친에 있는 레스토랑 ‘이터리(www.eaterynyc.com)’는 맛있는 음식과 멋진 손님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트렌디한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 ‘퀸 베드’ 룸 1박 229달러선(유선 인터넷 하루 9.95달러). www.thetimeny.com, 212-246-5252, 224 West 49th St.


▲ JFK 공항에서 맨해튼까지 택시요금은 45달러+통행료 5달러+팁 5~10달러. 시내에서 공항까지도 마찬가지 ?식당서는 음식 값의 20% 정도를, 바에서는 음료 하나를 시킬 때마다 1~2달러를, 택시 기사에게도 1달러 정도의 팁을 줘야 한다. ?첼시의 갤러리들을 보다 계획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첼시 아트 갤러리’ 웹사이트(http://chelseaartgalleries.com)를 먼저 살피자 ?맨해튼 북쪽 센트럴 밸리의 ‘우드베리 커먼 프리미엄 아웃렛(Woodbury Common Premium Outlets)’은 250여 개 브랜드를 25~80% 할인해서 판다. 42가에 있는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에서 왕복 버스가 하루 약 12번 운행한다. 왕복 39달러. www.premiumout lets.com/woodburycommon(버스 시간표 확인 가능), 845-92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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