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SK온·SK에코플랜트…자생력 확보가 관건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SK그룹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 작업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SK온과 SK에코플랜트이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부진한 실적으로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리밸런싱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를 만나면서 재무개선 및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향후 1~2년 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선 본업 경쟁력 강화 및 사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사 자금력 숨통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에센코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도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 간 합병을 의결했다.

이로써 SK온과 SK에코플랜트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물론 자금력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SK온의 경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자금 지원 여력도 확대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온의 경우 올해 1분기 4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도 설비투자에 7조5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투자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서린사옥(사진=SK그룹 제공)

이에 원유·석유제품 전문 중계무역 회사 트레이딩인터내셔널, ‘탱크 터미널’ 엔텀 등과 합병하면,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기준 83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SK엔텀도 1분기말 기준 9860억원 자산에 부채는 88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소재 확보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주력 사업인 건설 사업 침체로 지난해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도 변경했지만 이 과정에서 순차입금 규모가 4조9000억원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가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연간 약 1조원의 매출 확대와 더불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은 메모리를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마이크로 SD카드, USB로 가공해 유통하는 업체로 지난해 5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산업용 가스 제조사업을 영위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도 매년 500억~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IPO 추진 청신호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 기업 모두 기업공개(IPO)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SK온은 지난해까지 4조8000억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상장한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SK에코플랜트 또한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 IPO를 성사시키며 2026년 상장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IPO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야 한다. SK온의 경우 2022년 당시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22조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SK에코플랜트도 주력 사업을 떼어 놓고 보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 환경·에너지 사업부문 매출은 3조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4%에 불과하다. 여전히 건설업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709억원으로 전년대비 27.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IPO를 할 때 대부분 유사·동종업계와 비교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곤 한다”며 “당장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선 주력 사업에서 안정적이고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