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발간된 `2009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 주택시장은 경기 요인을 제외하고는 2001~2003년 주택가격 급등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며 "저금리·풍부한 유동성·부동산 세제완화 및 도심권역 개발 호재 등의 주택가격 상승요인이 닮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2001~2002년 CD금리가 7%선에서 3.9%까지 급락했는데 이는 5.8%에서 2.4%까지 하락한 최근의 상황과 흡사하다"며 "저금리 기조가 어느 기간 지속되면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해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증가 상황 역시 비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각각 1%와 5%대에 머물던 M2(광의통화)와 Lf(금융기관유동성)가 2002년 말 14%선까지 급증했다. 이런 상황은 2008년 하반기 급속히 팽창해 M2와 Lf 증가율이 각각 15%, 12.7%선까지 오른 현재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와함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도심 개발 호재 등 부동산 내적 요인도 2002년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2002~2003년의 경우 ▲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인상 ▲LTV 규제 도입 ▲BIS자기자본 위험가중치 상향조정 ▲재건축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부동산 관련 규제가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강·용산 등 서울 여러 지역의 개발 호재가 등장하는 것도 2002년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위원은 향후 2002년과 같은 부동산 급등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2002년 상황과 달리 여전히 부진한 상태여서 집값 상승기간이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경기와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유동성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은 향후 주택가격 하락기에 가계대출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동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향후 가계 및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의 악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 및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가계부문의 순조로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