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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신 내각 출범을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이들의 영령을 떠받들고 있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날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첫날인 이날 ‘마사카키’(비쭈기나무) 불리는 공물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의 이름으로 봉납한 것은 아베 전 총리, 스가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고치카이’(宏池會), 이른바 ‘기시다파’의 수장인 기시다 총리는 주변국과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취해야 한다는 요시다 시게루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 취임으로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의 취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순위로 밀리고 내각개편에도 외교안보 수장은 유임하는 등 이번 내각에서도 대(對)한국 외교 기조는 이전 정권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한편 스가 전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를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왔다”고 밝혔다. 이는 아베 전 총리의 행보와도 비슷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기간인 2013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한 이후, 주변국에서 거센 반발과 비난을 사자 재임 중에는 공물만 봉납했으며, 퇴임 후에는 태평양전쟁 종전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 매번 직접 참배하고 있다. 이번 추계 예대제를 앞둔 지난 14일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영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