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언제까지 넷플릭스 탓만 하려고…

  • 등록 2018-11-24 오후 12:57:51

    수정 2018-11-24 오후 12:57:5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올해 LG유플러스에 넷플릭스가 입점했습니다. 지난 봄부터 돌던 얘기가 현실화된 것이죠. 이달부터 LG유플러스 일부 IPTV 가입자들은 넷플릭스 앱을 설치하거나 크롬캐스트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넷플릭스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6년전 뉴스와 겹칩니다. 2012년 2월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에서 유튜브를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는 PC가 아닌 TV로 유튜브를 보는 게 흔치 않았습니다.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는 그런 점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죠. KT와 SK텔레콤·브로드밴드와 비교해 콘텐츠 투자 역량이 부족했던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로서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오비이락이라고 할까요. LG유플러스가 유튜브에 대한 국내TV 시장 장벽을 허물던 즈음부터 유튜브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유튜브 대중화의 주요한 요인이지만, LG유플러스 유튜브 도입도 하나의 상직적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LG유플러스 IPTV 입성도 이런 상징적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와의 제휴는 LG유플러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케이블TV사업자 딜라이브가 있었죠. 다만 딜라이브는 OTT셋톱박스에 한정해 넷플릭스와 제휴를 했습니다.

스마트TV와 크롬캐스트도 있습니다. 스마트TV는 와이파이(WiFi)망이나 유선인터넷가 연결하면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앱을 직접 깔아 볼 수 있는 것이죠. 와이파이망과 TV를 직접 연결해 콘텐츠를 보게끔해주는 크롬캐스트로도 가능합니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기본 1만2000원의 요금이 매월 부과됩니다. LG유플러스가 자사 가입자들을 상대로 넷플릭스 요금 일부를 부담한다고 해도 부담입니다. 넷플릭스가 유튜브만큼 빠르게 확산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대목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OTT시장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이미 국내 유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가입자 순증 속도가 빠릅니다.

지난 20일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안드로이드 기준 사용자 수는 12만명 정도였습니다. 11월 들어서 20만명을 넘겼습니다. 신규 설치 건수는 1만1461건입니다. 넷플릭스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59분입니다.

통상 넷플릭스 사용자들은 모바일에서 TV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사용자 수는 전체 사용자의 일부라는 얘기입니다. 업계에서는 60만을 넘겼을 것이라는 추정도 합니다.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 1위도 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젠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도 넷플릭스는 큰 손으로 통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그 예입니다.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이유로 손사래 쳤던 작품인데, 넷플릭스를 만나 제작비는 물론 글로벌 진출 기회까지 얻었지요. 유연석 등 주연급 배우들의 팬덤이 괜히 세계적인 게 아닙니다.

진짜 하고픈 말을 전해볼까요?

국내 방송사나 OTT 입장에서는 넋놓고 있어서만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이권, 이해 관계만 따지다 국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시간 방송이 힘을 잃어가는 이 시점에서, 언젠가는 VOD 위주의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상황이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시장 강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되고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리를 잃는 것이죠.

지상파 계열 OTT ‘푹’을 예로 들어볼까요. 푹은 2012년 지상파 3사가 합자해 만든 OTT 플랫폼입니다. 지상파 VOD 콘텐츠를 IPTV나 케이블TV에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플랫폼으로 해서 각 유료방송 플랫폼에 입점돼 있기도 합니다. 월 정액을 내면 지상파 VOD를 비롯해 종편 VOD를 제한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방송 3사도 이런 푹에 대한 기대를 많이 걸었습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 시장에서 넷플릭스처럼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3사가 주요 주주로 있다 보니 3사별로 이견이 많다는 점입니다. 공통된 하나의 목소리로 꾸준한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각자 속내는 푹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OTT를 만들어 돈을 벌고 싶을 것입니다.

게다가 UHD에 정신을 쏟고 있는 동안 이 푹에 대한 관심은 줄었습니다. 예컨데 티비바(TIVIVA)를 들 수 있겠네요. 지상파 UHD 양방향 서비스이긴 한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헷갈립니다. 기존의 푹과 뭐가 다른지 헷갈리는 것이지요.

시청자 입장에서 푹에 대한 아쉬움은 한가지 더 있습니다. tvN 콘텐츠의 부재입니다. tvN 콘텐츠는 티빙을 통해서 서비스됩니다. tvN콘텐츠를 홀드백처럼 제한없이 보려면 티빙에 가입해야합니다.

사실 티빙은 2010년 CJ헬로가 시작한 국내 원조 OTT였습니다. 웹하드 같은 불법다운로드 시장이 국내에 만연돼 있다보니 성장을 많이 못했습니다. 결국 CJ E&M이 운영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한때 푹에 tvN 콘텐츠는 들어갈 뻔 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각사별 이해 관계가 달라 무산됐죠.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 것입니다.

방송 콘텐츠 제작 업계의 양대 축이 힘을 합쳐볼 필요는 분명 있어보입니다. 어느 한쪽이 인수를 한다거나 합자회사를 만든다거나 여러 방안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에 대항하고 효과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지상파와 CJ 계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방송협회가 성명서를 냈죠. 골자는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도입을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2012년 LG유플러스 IPTV의 유튜브 도입에 따른 학습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견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정부 정책에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정부에 호소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M&A 등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시청자에 판매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방송 업계 대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거나 혹은 방송 사업자간 M&A를 유도할 수 있는 진흥책 마련을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시장에 남은 시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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