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호텔업계 비상.."명동 직격탄, 예약취소 줄지어"

롯데호텔·세종호텔 등 취소율 증가 추세
여름 성수기 앞두고 내국인 예약도 뜸해
중동 다녀온 직원 자택체류 권고, 위기대응지침도 마련
방문국가의 얼굴.."호텔만큼은 사수해야"
  • 등록 2015-06-09 오전 9:27:42

    수정 2015-06-09 오후 7:23:36

서울 강남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 호텔 곳곳에 손세정제를 비치해두고 메르스 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메르스 공포에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을 줄줄이 취소하면서 여행사에 이어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발병했을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遊客)의 필수 관광지로 통하는 서울 명동 인근 호텔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증가하고 객실 공실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명동 중심지에 자리한 세종호텔 관계자는 “지난주만 해도 예약 취소율이 10% 남짓이었는데 주말 정부의 메르스 관련 발표가 있었던 후부터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며 “안전한지 묻는 고객 메일에 취소 팩스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가격을 대폭 낮춰 70~80%의 점유율을 가까스로 유지해왔는데 이젠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명동 상권을 지척에 둔 소공동 롯데호텔 역시 객실 예약이 10%가량 취소됐다. 호텔 측은 “투숙객 중 내국인은 10명에 1명꼴로, 예약 취소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은 예약 고객들의 안전에 관한 문의가 줄을 잇자 안내 문구를 적은 팩스 또는 메일을 보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호텔 내 메르스 발생 건수가 전혀 없고 다른 시내호텔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발병했을 당시 완벽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고, 당시 호텔 내 세척·소독 시스템을 재정비했음을 알려 고객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이미 초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호텔 입구와 연회장 입구에 손 소독기와 손 세정제를 비치해 두고, 객실 문 손잡이와 카드키를 매일 소독하는 등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침구류를 개별 세탁하는 호텔도 생겨났다.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숙지시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더 플라자 호텔은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최근까지 무려 6차례나 위생교육을 실시했다. 의심환자 발생시 대처요령도 상황에 따라 세분화해 마련해뒀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지난달 말 중동으로 출장을 다녀온 셰프 3명과 직원 1명을 10여 일째 자택에서 머물게 하며 증상을 살피도록 권고 조치했다.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없지만 메르스의 최장 잠복기인 14일이 지날 때까지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보다 철저한 대비를 위해 열 감지장치를 호텔 입구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지난 8일까지 한국 관광을 취소한 외국인은 5만4400명에 달한다. 최근 나흘동안에만 3만3800명이 한국 방문을 계획했다가 마음을 돌렸다. 업계에선 이번 메르스 확산으로 대외 이미지가 악화해 고객 이탈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호텔마저 감염되면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청정호텔’ ‘안전호텔’ 이미지 지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윤문엽 더 플라자 홍보 매니저는 “호텔은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방문국가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국가의 얼굴 같은 역할을 한다”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이를 망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메르스 방역에 더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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