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실리콘 밸리의 유명 기업가가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지 열흘만에 옷을 벗었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과 누리꾼들의 분노가 촉발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데 따른 것이다.
| 브렌던 아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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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바스크립트 창시자이자 지난 1998년 모질라 재단 출범을 도왔던 브렌던 아이크(Brendan Eich·사진·53)가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로 유명한 오픈소스 재단 모질라 CEO직에서 물러났다고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크는 불과 열흘전인 지난달 24일 모질라 CEOO에 지명됐다.
아이크의 CEO 지명 후 그의 동성결혼 반대 관련 과거 행적은 인터넷 상에서 주요 논쟁거리가 됐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시행중인 캘리포니아주(州)의 동성결혼 금지 법안을 지지하며 1000달러(약 105만원)를 기부한 바 있다. 일부 모질라 직원들은 모든 이들을 위한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든다는 모질라의 핵심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신임 CEO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재단 회장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아이크 지명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다”며 “개방적인 우리 문화는 직원과 커뮤니티로 하여금 자신의 신념과 의견을 대중과 공유하도록 권장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술 리서치회사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스의 로저 케이 사장은 “현재 CEO들은 예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지키고 있다”며 “이는 모든 정보가 나오고 공유되는 인터넷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크와 모질라에게 일어난 이번 일에는 추가적인 역설(extra irony)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크의 CEO 지명이 또 다른 이유로도 논란이 있었지만 동성결혼 반대에 대한 우려가 다른 것들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3명의 모질라 이사진이 모바일 운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모바일 업계 경험을 갖춘 외부인사 영입을 꾀하다 아이크가 지명되자 사임했다.
평판 관리 조언가들은 “CEO의 정치적 견해를 놓고 퇴출을 강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이 된 최근에는 CEO의 정치적 입장을 관리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위기관리 서비스업체를 운영하는 에릭 데젠할은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진 CEO들의 공적인 입장을 부드럽게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일종의 내부 검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