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시대 꽃피운 `프라하의 봄`을 만나다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 전
추상주의·입체주의·큐비즘…
체코 국보급 근대회화 107점 선봬
4월21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
  • 등록 2013-01-28 오전 11:00:35

    수정 2013-01-29 오후 6:09:56

프란티셰크 쿠프카 ‘쿠프카 부부의 초상’(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217년 역사를 가진 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체코의 국보급 근대회화 107점을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이란 테마 아래 내건 전시다. 서유럽 편식이 심했던 한국 미술계에 동유럽의 확장된 색감과 구성을 내보이는 흔치 않은 자리다.

시점은 1905년부터 1943년까지로 잡았다. 이 시기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 28명을 불러모았다.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최고가를 오르내리는 거장들이다. 1905년을 시작점으로 잡은 건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에 기인한다. 그해 프라하에서 열린 뭉크 전시회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뭉크에 자극받은 젊은 체코 화가들은 이때를 기점으로 앞다퉈 입체주의 시각언어로 변형된 표현주의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상징주의, 입체주의, 추상주의, 초현실주의 등 체코 미술계에선 드라마틱한 변천사가 펼쳐지게 된다.

근대기 체코 미술의 형성에는 정치사회 격변도 한몫을 한다. 제국주의의 쇠퇴와 맞물린 민족주의의 급부상, 1차대전 발발, 1918년 독립과 더불어 체코슬로바키아공화국의 탄생, 사회주의 형성, 서구 근대체제의 도입 등이 불과 40여년 동안 한꺼번에 몰아쳤다. 혼란한 시기와 맞물려 탄생한 회화들은 당시 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예술로 승화시킨 내용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상부터 추상까지 때론 사회주의적 진지함으로 때론 기하학적 유희로 담아낸 진지한 사유의 과정이다.

에밀 필라 ‘아침’(사진=국립현대미술관)


주목할 만한 작가는 체코 추상미술의 개척자로 꼽히는 프란티셰크 쿠프카(1871~1957)와 체코 큐비즘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에밀 필라(1882~1953). 쿠프카는 비구상부터 추상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화가다. 전시에는 그의 수작 11점이 걸렸다. 평생 예술적 영감을 준 아내와 자신을 그린 대표작 ‘쿠프카 부부의 초상’(1908), 고대 그리스신화적 배경을 상징주의로 표현한 ‘가을 태양 연구’(1906)가 ‘푸른골격’(1920~21) 등과 함께 건너왔다. 필라의 작품도 19점이나 선뵌다. 특히 ‘아침’(1911)은 피카소의 큐비즘에서 영향을 받은 색채와 구도로 유명하다. 피카소와 닮은 듯 다른, 독특하고 혁신적인 화풍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쿠프카와 필라라는 양대 산맥 아래 전시는 ‘로봇’이란 말을 만든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형으로 미술·문학계를 아우른 활약을 했던 요세프 차페크를 비롯, 얀 즈르자비, 밀로슬라프 홀리, 토옌 등의 걸작들을 배치했다.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그간 몇몇 작품을 제외한다면 체코 근대회화가 대대적으로 한국에 소개된 건 사실상 처음”이라며 “한국 근대기와 맞물린 역사·문화의식, 미의식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전시의 의의를 전했다.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4월21일까지. 02-6273-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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