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기 펀드전략)①환매하는게 나을까?

국내외 금융환경 불안 환매 욕구 점차 고조
`따라가는 투자`보다는 `앞을보는 투자`해야
  • 등록 2008-10-07 오전 11:10:00

    수정 2008-10-08 오전 10:29:26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미국발 금융위기, 유가불안 등의 여파로 올들어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펀드 수익률도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펀드런(대량환매)에 대한 우려감도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든든한 버팀목이자 개인들의 재테크 수단 1순위로 부상한 펀드투자 대중화 문화도 위기를 맞고 있다. 펀드투자는 1~2년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데일리는 최근 주식시장 악화가 오히려 고수익 단맛에 길들여진 펀드투자자들에게 교훈을 삼을 수 있는 기회라는 관점에서 요즘과 같은 대 혼란기가 펀드투자에 나서는 기회라는 역발상 시각에서 바람직한 펀드투자 및 자산배분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직장인 이몽윤(가명·36세)씨는 요즘 `펀드` 이야기만 나오면 울화가 치민다. 이씨는 작년 1월 처음으로 주식형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작년 2월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세가 시작되면서 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이씨는 주식시장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증권사의 권유로 10월초 코스피가가 2000포인트를 앞두고 있을 때 은행 만기예금 4000만원을 국내주식형펀드에 추가로 투자했다. 그러나 상승세가 지속될 거라 기대했던 주식시장은 11월초 고점을 찍고, 대내외의 악재가 겹치며 급락하기 시작했다.

올들어 주식시장은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씨가 작년 10월초 가입한 펀드의 현재 누적수익률은 -30%를 넘어섰고, 작년초 가입한 펀드도 원금수준으로 수익률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씨는 펀드를 환매하자니 손실을 확정짓는 것이고, 언제 손실을 만회할 지도 모르는 펀드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려니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내 펀드시장 규모가 345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할 때 과거 성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자신의 투자 목적과 성향 등을 감안해 장기적 관점에서 펀드투자에 접근하기 보다는 `OO펀드가 좋더라`라는 말에 솔깃해 뒤늦게 펀드가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투자행태로 인해 펀드 수익률이 높은 시점에서 자금이 몰리고, 이후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는 `뒷북투자`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고점에 투자-저점에 환매` 시장흐름 후행 `뒷북투자` 여전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코스피가 상승 반전하면서 작년에는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이와는 무관하게 작년 2월부터 4월까지는 순유출세를 나타냈다. 이후 코스피가 1600포인트대를 회복한 5월부터 본격적인 순유입세로 돌아섰다.

반면 주식시장이 작년 10월 2064포인트로 고정을 기록하고, 본격적인 하락반전을 시작하기 직전인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주식형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특히 11월에는 한달간 국내주식형펀드에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투자펀드로 관심이 높은 중국과 브릭스 주식형펀드에도 고점 직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중국펀드에는 고점이었던 작년 11월 이전인 10월에 연중 최대 규모의 자금이 집중됐다.

국내주식형펀드의 경우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던 작년 11월에 투자를 시작했다면 현재 원금손실은 20%에 달한다. 중국펀드는 이보다 더 심각한 40%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만약 2년전에 국내주식형펀드와 중국펀드에 투자를 했다면 최근 글로벌 증시하락에도 불구, 평균 18%와 28%의 양호한 수익률이 가능하다. 

◇ 단기성과 집착 유행쫓는 자금흐름 `펀드대중화 초기 성장통`

국내 펀드시장은 대중화라는 말에 걸맞게 외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단기성과 집착하는 투자문화는 여전해 주식시장이 최고점일 때 투자에 나서는 `뒷북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는 무조건 고수익을 낸다는 일반인들의 잘못된 생각과 무조건 팔고 보자는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의 행태도 단기수익률이 급상승하는 펀드에 투자자들의 몰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건국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나간 기간의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투자방식"이라며 "`과거에도 좋았으니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뒷북투자를 한 펀드투자자의 상당수는 좋은 수익을 얻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철희 피닉스자산운용 부사장은 "자산운용사와 펀드판매사가 작년 하반기 펀드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시장전망에 근거하기 보단 당장의 인기에 편승해 유행을 쫓는 펀드의 판매에 몰두했다"면서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등 업계도 뒷북투자에 일조한 책임이 일정부분 있다는 점에 대해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에서 중국투자 편중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은 2006~2007년 해외펀드 열풍이 본격화될 당시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수익률만 보고 돈이 몰렸던 것은 해외펀드 시장이 성장하는 초기과정에서의 일종의 `성장통`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향후 펀드투자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차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불황기 장기투자 성공사례 많아 `펀드 포트폴리오 투자 정착필요`

시장의 흐름에 후행하는 뒷북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주식시장의 등락을 겨냥한 단기적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펀드투자에 나서야 한다. 수익률이 단기 급상승하는 펀드를 쫒아가는 투자보다는, 시장전망에 근거한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주식시장이 과거에도 등락을 거듭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분위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시장의 흐름을 잘 살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과거 국내증시를 살펴봐도 악재가 불거져 급락한 이후에는 다시 반등장이 찾아와 위기를 극복한 투자자들이 호황을 맞기도 했다. 지난 97년 IMF외환위기 시기에는 약 40개월 이상 약세장이 지속됐으며, 주가도 75% 이상 하락했다.

IMF시기였던 99년 6월 정부가 부실 퇴출은행과 퇴출기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증시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됐고, 이후 증시는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2001년 IT버블 붕괴에 이어 9.11테러로 전세계 증시가 급락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당시에도 국내증시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지만 이후 다시 반등을 나타냈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국내주식형펀드 투자자 사이에서 펀드의 환매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일정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과거 IMF시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다"면서 "반짝 반등에 환매하는 것은 `오를 때 가입해서 내릴 때 환매하는` 최악의 펀드투자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제로 조정장세에서 손실의 쓴맛을 경험하면서 이제 펀드투자도 위험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에 비중을 둬야 한다. 최근 급락장에서 보듯 장기투자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보다 먼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온수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은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자산군 중에서 한가지 자산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주식시장 참체를 대비해 상관관계가 낮은 채권형 등 다른 자산으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한가지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특정 자산에 편중화는 리스크 부각시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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