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7530원 시대···‘24時 편의점’ 시뮬레이션 해보니

야간 알바, 평일 10시간씩 주 5일이면 月226만원
점주는 8시간씩 일하고도 한 달 수익 285만원
운영자 순이익 매달 49만원씩 ‘14.6% 감소’···“차라리 알바가 낫다”
  • 등록 2017-07-23 오후 12:03:48

    수정 2017-07-23 오후 12:13:02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사진=뉴스1)
[이데일리 최은영 유통전문기자]시간당 7530원.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기존 6470원에서 16.4% 큰 폭으로 뛰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반색하고, 고용자 측은 “소상공인의 최저이윤은 누가 보상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직격탄은 맞은 곳은 시간제 근로자를 다수 고용하고 있는 식당·편의점·PC방·주유소 등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점주는 야간 및 주휴수당 1.5~2배를 적용하면 앞으로는 시간당 1만1025원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점주-알바생, 월 수익 격차 겨우 59만원

이데일리는 새 제도가 시장에 미칠 파급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 편의점업체에 도움을 구해 최저시급 인상 전후의 손익 변화를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평균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서울의 한 점포를 대상으로 인건비 상승에 따라 운영자의 순수익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살펴봤다. 매장 운영은 편의점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24시간에, 근로자수도 평일·주말 각각 3교대씩 통상적인 경우를 따랐다.

그 결과 편의점 점주의 한 달 순수익은 334만원에서 285만원으로 14.6%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내년부턴 매달 72만원씩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반면 평일 야간 10시간씩 일을 하는 시간제 근로자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수입이 30만원 이상(31만8000원) 늘어 한 달 225만9000원을 버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700만원에 달한다.

이는 편의점 주인이 평일 주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씩 아르바이트 없이 매장을 지켰을 때의 얘기로, 물론 노동의 강도에선 차이가 있어도 점주가 초기 창업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 매장 관리 및 운영에 지속적으로 신경써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점 미루고, 고용 줄이고···내년 물가인상 줄폭탄 맞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무인 점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마련된 셀프계산대.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상태다. 그땐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일하는 모든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개점을 미루고, 수익이 저조한 사업장에선 폐업 또는 업종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고용 인력을 줄여 나가겠다는 이들도 상당하다.

실제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전국 아르바이트생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2018년 사업장 인력 운영 계획’을 묻자 과반이 넘는 사람들이 ‘알바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 대폭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24.4%로 가장 많았고, 23.9%는 ‘10~20%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혼자 가게를 꾸려 나가겠다’는 답변도 9.7%에 달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다. 업계에선 내년 외식 및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줄폭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큰 폭으로 올린 임금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불법과 꼼수가 더욱 횡행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학원강사로 일하다가 편의점 창업을 목표로 3년 전부터 편의점 여러 곳을 돌며 경험을 쌓고 있는 예비 편의점주 A씨는 “최저시급이 6470원인 지금도 법적으로 보장된 수당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곳이 많은데 내년에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휴게시간을 늘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수습기간을 둬 임금의 90%만 지급하는 식이다. 최저임금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물가를 잡지 않으면 임금 인상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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