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해 7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수출과 경제심리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 백화점 업계가 겨울 정기 세일을 시작한 18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겨울 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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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를 통해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 및 경제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공식적인 경기 진단에서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것은 지난 6월부터 7개월째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중국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러-우크라 전쟁 향방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은 두 달 연속 감소세다. 11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4.0% 줄어 전월에 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수출이 줄어든 건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가 우리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 경기가 좋아지면 당연히 우리도 경기적인 측면에서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최대 자원소비국인 중국의 자원 수요로 국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물가는 나빠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뒷받침해온 내수도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동월대비 6.4% 증가해 증가폭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백화점 매출액도 전년동월대비 1.1% 증가하는데 그쳐 전월(7.0%)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승한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백화점에서 수능 마케팅 등 마케팅을 자체적으로 축소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심리실적지수는 75로 전월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상승세 둔화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0% 올랐다.
기재부는 “물가 등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민간중심 경제활력 제고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경제체질 개선 노력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