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업계 판도바꾼 이케아 ‘오픈 1년’ 매장을 가다

주차까지 1시간 걸리던 오픈 직후..현재는 주차문제 해결
줄어든 인파 덕에 쇼룸 둘러볼 여유 생겨
국내 가구업계·홈퍼니싱 업계 수혜..영세상인 매출은 줄어
  • 등록 2015-12-10 오전 8:58:11

    수정 2015-12-10 오전 8:58:11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한 지난 2014년 12월 매장을 찾는 자동차들로 인근 주차장은 물론,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한 모습이다.(위) 아래는 올 12월 이케아 광명점 인근 도로의 모습. 1년 전과 비교될 정도로 한산하다.(사진-김영환 기자)
[광명(경기)=이데일리 김영환 유근일 기자] 지난 5일 1년만에 이케아 광명점을 찾았다. 오픈 당시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쇼룸을 한가하게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매장 모습이었다. 1년 전과 달리 이케아 주차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들어섰다. 2층 주차장은 빼곡히 주차가 돼 있었지만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였다.

가구업계, 이케아 덕에 ‘好好’

이케아가 갖춰놓은 가구와 생활용품 비율은 4:6 정도. 그래서인지 이날 광명점을 찾은 고객들도 가구류를 쇼핑하기보다 소품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았다.

국내 가구업계는 이케아가 화두를 던진 ‘가구 브랜드화’의 덕을 톡톡히 봤다. 가구업체들의 우려와는 달리 주요 가구업체들의 매출은 급증했다. 한샘(009240)·현대리바트(079430)·에넥스(011090)·퍼시스(016800)·에이스침대(003800) 등 ‘빅5’ 가구업체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대비 4000억원 이상 치솟았다.

30분여를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던 지난해 12월(위)과는 달리 오픈 1년인 올 12월(아래)에는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사진-김영환 기자)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전후해 대형매장을 확대하고 대리점 및 홈쇼핑·온라인몰 등 유통채널을 다변화하면서 소비자간 거래(B2C)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전체 가구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이커 브랜드 시장, 일명 ‘사제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를 의식, 이케아는 광명점 내부에 광명시가구유통사업조합과 상생협약을 통해 무상임대 매장을 제공하고 있다. 2층 주차장에 1100㎡(300여평) 규모의 장소를 제공한 것이지만 이날 찾은 광명점 내부에는 조합이 운영하는 가구점 대신 편의점 등 전혀 무관한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이케아와 직접 경쟁 대신 재임대를 통한 수익 창출을 노린 것이다.

이케아가 상생협약을 통해 광명가구유통사업조합에 제공한 광명점 내부 매장에는 가구업체와는 무관한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그나마도 인적이 드물어 임대가 되지 않은 점포도 보인다(사진-김영환 기자)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광명시 가구거리 홍보 예산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매출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광명시와 광명시가구조합은 가구축제를 올해 두 차례 개최하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곳 영세업체들은 올들어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

홈퍼니싱 업계, ‘한판붙자 이케아’

이케아 국내 진출 안팎으로 생활용품 판매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관련 업계에서는 홈퍼니싱 시장 규모가 12조5000억원(2014년말 기준)에서 2023년께 1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가구업계 역시 생활용품 매출비중이 늘고 있다. 이미 생활용품군까지 제품을 다각화한 까사미아는 최근 생활용품 제품군을 5000개까지 늘렸다. 올 초에는 머그컵, 티포트 등을 포함한 ‘홈까페’ 콜렉션 라인업을 선보이며 인테리어 소품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샘도 올들어 전체 매출에서 생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에서14% 수준으로 늘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케아가 제안하는 쇼룸 인테리어를 차분하게 둘러보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쇼룸 가득 쇼핑객으로 넘쳐 쾌적한 쇼핑은 어려웠다.(사진-김영환 기자)
외국계 홈퍼니싱 업체들은 이케아 국내 진출 전부터 이미 서울 시내 주요쇼핑몰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홈퍼니싱 브랜드 자라홈과 H&M홈은 지난해 국내 1호점을 열었다. 국내에 14개 점포를 보유한 일본계 홈퍼니싱 업체 무인양품도 내년에는 추가로 2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올 상반기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하반기 매출이 늘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6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홈퍼니싱 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1996년부터 시작한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는 최근 수년간 연평균 15%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3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3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10~20대 젊은층을 겨냥한 하위 브랜드 ‘버터’도 새로 선보였다.

업계는 홈퍼니싱 시장 성장세를 ‘이케아 효과’라기보다는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해석한다. 한 홈퍼니싱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것도 가구 및 생활용품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케아 진출이 국내 업체들에게 체질개선의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자료=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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