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38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온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장남 훈 마네트에 대해 권력 세습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야당이 배제된 채 실시된 선거의 정당성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 총선 투표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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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캄보디아영자지 크메르타임즈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 개표가 32% 진행된 가운데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은 전체 125석 중 12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 가운데는 왕당파 정당인 푼신펙만 5석을 획득, 원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인민당은 현 의회에서도 125석 전석을 차지해 사실상 캄보디아를 일당 통치하고 있다.
이번 선거로 훈센 총리는 5년 더 총리직에 재임할 수 있게 됐다. 훈센 총리는 1985년 처음 총리직에 오른 후 38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1993년엔 푼신펙에 1당 자리를 내주고 공동 총리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1997년 쿠데타로 푼신펙 주석인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쫓아내고 캄보디아 왕실을 능가하는 철권 통치자고 거듭났다. 극렬 공산주의 단체인 크메르루즈 축출과 경제 성장은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야당과 언론 탄압으로 인해 독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훈센 총리는 선거 직후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국민은 지속적인 화합과 번영을 유지하길 원하며 항상 파괴를 저지르는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한다”고 이번 선거 결과를 평가했다.
이번 선거가 과거보다 더 주목받았던 건 훈센 총리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권력을 장남인 훈 마넷(캄보디아군 부사령관)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훈센 총리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023년 이후에는 총리의 아버지가 되고 2030년대에는 총리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권력 세습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 홍콩 봉황TV와 만나서도 “3~4주 후면 마넷이 총리가 될 수 있다”며 “마넷이 나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훈 마넷은 선거날 총리 자리를 이어받을지 질문을 받자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서방과 야당에선 이번 선거를 ‘하나마나한 선거’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장 유력한 야당인 촛불당에 대해 등록 서류가 미비하다며 총선 출마 자격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번 총선이 불공정 선거라며 선거 참관인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시민 움 소쿰은 “남아 있는 야당이 없기 때문에 아무 느낌이 없다”고 AF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