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현대인들에게 있어 기차 여행은 ‘낭만’ 그 자체다. 답답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하고 있는 아련한 기억 속으로 추억여행을 떠나 생활의 활기를 찾고자 한다. 간혹 기차 여행은 불편하고 볼 것도 없다는 이도 있지만 이는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다. 많은 여행매니아들이 기차여행을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역사 주변은 입이 쩍 벌어지는 풍경은 없을지라도 사람 냄새나는 정겨운 모습과 소소한 재미들이 늘려 있다. 대표적으로 대전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대전에 가볼만한데가 있긴 한가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하지만 대전은 알아가는 맛이 있는 도시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살펴보면 생각보다 알차고 다양하다. 과거와 현재가 부딪히며 새로운 문화가 싹트는 있는 구도심 대흥동 문화거리,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전해져 내려오는 유성온천, 맨발로 황토길을 걸어볼 수 있는 계족산, 강길을 따라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로하스 길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대전은 너무나도 많다. 이번 주말, 대전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면 KTX 표를 끊어 대전으로 떠나보자.
| 대흥동 문화거리의 명소 중 하나인 산호여인숙. 예전에는 여인숙으로 잘 곳 없는 이들에게 방을 내어주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름없는 예술가들이 방 하나하나에 작업실을 두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곳으로 변모해 있다. |
|
▲쇠퇴의 기로에서 희망이 싹트다. 대흥동 문화거리
대전은 수도권에서 가깝다. 서울에서 KTX로 대략 1시간 거리다. 역사를 나와 구 충남도청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대전의 구도심이다. 도시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구 도심으로 여행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구 도심으로의 여행은 사전 정보를 가지고 떠나는 게 좋다.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에 따라 의외성을 동반하지만 최소한의 정보는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대흥동은 옛날에는 대전의 중심가로 꽤 번화했던 곳이다. 지금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예전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지만 도시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자 추억의 공간이다. 최근에는 대흥동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흥동은 허름한 건물조차 예술의 향기가 난다. 물론 현대식으로 지어진 세련된 건물이나 카페 등도 있지만 쓰러져 가는 건물과 추억 속의 간판들 속에서 아련했던 기억들이 새곡새곡 떠오른다. 대흥동 문화거리는 대전의 낭만은 물론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타임머신과 같은 곳이다.
대흥동 문화거리는 정이 가는 풍경들이 많다. 70~80년대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은 여행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보물섬이다. 어떻게 보면 낙후한 공간이지만 아날로그적 풍경에 더욱 멋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곳이다. 출발지로 되돌아가야할 것을 걱정하는 여행객에게는 정말 볼 것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림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어딘지 모를 예술적 향기가 나는 카페에 앉아 책을 보거나, 가난한 연극인들의 열정이 묻어나오는 소극장에 앉아 공연을 보는 등 대흥동 문화거리를 즐기는 방법은 조금은 더 여유롭게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진정 이 곳을 즐기고 싶다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단단히 신발끈을 동여멘 다음 골목길 곳곳을 누벼보라. 생동감 넘치는 때론, 앙증맞은 그림들을 하나 둘 씩 찾아가는 여행은 또 다른 재미다.
| 유성온천에는 시민들의 피로와 건강을 생각해 무료로 개방하는 족욕탕이 있다. 대전시민 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발도 어루만져주는 고마운 온천이다. 단, 발을 깨끗히 씻고 들어가야 한다 |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샘- 유성온천
대전으로의 여행 중 빼 놓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유성온천’이다. 지난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대전을 적극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관광지로 개발 된 곳이다. 유성온천에는 애틋한 어미니의 마음이 전해지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신라의 포로로 잡혀 있던 아들이 죽기살기로 홀어미니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들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병을 낫게 할 방도를 찾아 집을 나섰는데 학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고통스럽게 울고 있는 것을 본 어머니는 학이 떨어진 자리로 달려갔다. 하지만 다친 학은 논바닥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물에 날개를 비비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그 물로 아들을 씻겼고, 아들의 몸은 깨끗하게 나았다’는 전설이다. 그 후 다친 학이 안내한 유성온천은 병을 앓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깨끗이 병을 치료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더욱이 발견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넉넉하게 몸 담글 수 있도록 날마다 솟아오르는 착한 물이기에 대전 시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심을 담아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그 어머니와 같이, 병든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목욕하게 했던 그 어머니의 넉넉함과 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매만져 주려 솟아오르고 있는 치유의 샘. 그것이 유성온천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다. 특히 이곳 유성 온천에는 대전 시민들에게 무척이나 사랑받는 공간이 있다. 바로 무료 족욕탕인데 누구에게나 쉬이 자리를 내어주는 그런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 족욕체험장은 오전7시부터 오후11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있는 공간이다. 우성온천수는 60여종의 몸에 좋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은 건강한 온천으로 자랑할만 하다. 수질의 특성을 살펴보면 라듐이 많이 함유된 단순천으로 수온은 23~53℃이고 수소 이온 농도(pH)는 8.89이다. 수질이 매우 부드러워 목욕을 하고 나면 비눗물이 씻기지 않은 것처럼 온몸이 매끄럽다. 각종 피부병과 신경계통의 질환, 위장병, 비만증, 당뇨병, 부인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 태조가 새 왕도 후보자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에 들렸다가 이곳에서 목욕하였다고 하며, 태종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 계족산을 찾은 여행객이 신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주)선양은 2006년부터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해마다 ‘계족산맨발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
|
▲힐링의 명소, 계족산
대전에는 커다란 두 산이 좌우로 서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계룡산이고 또 하나는 계족산이다. 계족산은 지도를 펼치고 대전시를 찾아보면 동쪽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계’자는 ‘닭 계(鷄)’자다. 닭의 다리라는 뜻이다. 산 중턱의 순환 임도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닭다리산 또는 닭발산이라고 불렀다. 인근 송촌에 지네가 많아 지네와 천적인 닭을 이름에 붙였다고도 전해진다. 계족산이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로 황톳길 때문이다. 최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면서 여행객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황톳길은 정상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산허리를 따라 조성된 황톳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연세 지긋하신 노인들도 천천히 올라갈 수 있다. 중간 중간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까지 마련되어 있다. 구불구불 산 허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발 밑으로 보드라운 흙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황토의 부드럽고 찰진 느낌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끄러울 수 도 있으니 조심해서 내려와야 한다.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 입구~원점 삼거리~임도 삼거리~절고개 삼거리~원점 삼거리~장동산림욕장 입구로 이어진다. 총 14.5km로 넉넉하게 5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계족산성을 오르지 않는 이상 매끄럽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물이나 간식 등을 챙겨 산책이나 소풍을 가기에도 좋고 운동 삼아 힘차게 걷기에도 좋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황토의 느낌을 느껴보며 이번 기회에 걸어보자.
| 대전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뿌리공원.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부모에 대한 효 뿐만 아니라, 성씨에 대한 뿌리와 유례에 대한 정보도 있어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도 뛰어난 곳이다. |
|
| 계족산 황톳길. 다정한 연인이 계족산의 황톳길을 걷고 있다. 향토기업인 (주)선양은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 건강과 힐링을 중요시 여기는 여행객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황토를 산책로에 새로 깔아주고 있다. |
|
▲그 외 볼거리
대전에는 하늘공원, 한밭수목원, 테마공원 등 도심에 공원이 가득하다. 도심 한 가운데 있어 여행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쉬이 내어준다. 또 공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지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뿌리공원은 나의 성 씨의 유례와 효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에에게 우리 가족과 성씨에 대해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 고암 이응노 미술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미술관에는 고암의 서예, 회화, 도자, 조각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던 고암의 예술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대전 시민들의 든든한 휴식처가 되고 있는 한밭수목원의 모습. 다정한 연인이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 |
|
▲먹거리
대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 있다. 튀김소보루가 정말 맛있는 그 곳은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해 57년간 대전을 대표해 온 빵집이다.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물론 맛도 최고다. 근처에 신도칼국수에서 50년 전통의 칼국수 맛을 보는 것도 좋다.
|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57년 전통의 빵집이다.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대세인 지금, 빵 하나로 전통을 이어가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곳이다. 튀김소보루는 이곳의 최고의 인기 상품. 뜨끈뜨끈할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
|
| 50년 전통의 신도칼국수. 후루룩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쫄깃한 면발과 걸죽한 국물의 오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조미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육을 곁들이면 더 좋다. |
|
▶ 관련기사 ◀☞ 바람도 바다도 '황금노을'에 멈춰서다, 태국 카오락☞ '굽이굽이'열차타고, 백두대간의 속살을 엿보다☞ 속살 드러낸 연천의 비경, 전흔의 상처마저도 감싸다☞ 양떼들과 어우리며 동심에 젖다...남해 양모리학교☞ 신록으로 물든 춘마곡에서 백범의 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