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카카오 먹통 상태로 빠져나간 180만 명의 이용자가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왔다. 락인(Lock-in)은 자율규제로는 극복하지 못한다”
김남근 변호사(온라인플랫폼공정화를위한전국네트워크정책위원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의 ‘독점’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와 국회가 나서 법으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 변호사는 70년대 반독점법으로 20여 개 기업으로 분할된 AT&T 사례까지 꺼내 들며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에 집중해서 독점 규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러한가. 한때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던 ‘싸이월드’를 보자. 미니홈피로 1세대 토종 SNS의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일순간에 몰락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이다. SNS의 경우, 한 번 선점될 경우 쉽게 무너지기 어렵다고 하지만, 한 번 뒤처진 기술에 대해 이용자들은 냉정했다.
마찬가지로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역시 언제 싸이월드와 AT&T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 기업 역시 끊임없이 혁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기술에 힘을 기울이는 대표적 기업이다. 카카오 역시 넥스트 모바일 시대를 개척하며 다양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계열사만 194개라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의 이면에는 모회사인 카카오로부터 100% 투자자금을 받은 카카오 인베스트먼트의 작은 콘텐츠 기획사들에 대하 투자가 있다. 의미 있는 지분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무분별한 기업 인수라고 비난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금줄(투자)이자 새로운 도전(엑싯)의 기회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지난해 8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출범해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기구는 4개 분과로 나뉘어 플랫폼과 중소상공인 간 갑을 관계를 개선하고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문제, 소비자 보호 문제, 데이터 이동성과 호환성, 알고리즘 투명성 제고, 플랫폼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한다. 이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목된 문제점을 상당수 포괄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자율기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현재 접점들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규제는 믿을 수 없다,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며 시장 상황과 중소상공인 및 소비자 후생 관점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