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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퀄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향후 반독점 규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최종 인수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모바일 칩 회사가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을 인수한다는 구상 자체는 그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 경영진의 전략적 실수와 예상치 못한 AI 열풍이 인텔의 운명을 바꿔놨다고 WSJ는 지적했다. 모바일 반도체 수요를 놓친 데다 AI 칩 시장에서도 뒤처지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인텔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윈텔(윈도우+인텔) 동맹’을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도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수성해왔다.
그러나 PC 시장에 안주하면서 모바일 칩 시장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0년대 이후로는 주력인 PC·서버용 CPU 시장에서도 경쟁사 AMD가 바짝 추격해오며 시장 점유율을 계속 빼앗겨 왔다. 여기에 AI 열풍이 불고 있는 시장 변화도 읽지 못하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칩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올드보이’ 겔싱어 CEO의 책임론도 나온다. 그가 엔비디아발(發) AI 열풍에 따른 폭발적인 칩 수요 성장세를 예상하지 못한 채 비용이 많이 드는 턴어라운드 전략을 추구하면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겔싱어 CEO는 내년에 1만5000명을 해고하며 100억달러(약 13조3600억원) 규모 비용을 절감하고, 주주 배당금을 폐지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대규모 비용 절감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주가 하락으로 적대적 M&A 위험이 증가하고 주주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 더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미래는 내년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칩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면 수익률을 개선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