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파운드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를 대체할 통화들이 새롭게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홀대 받던 파운드의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환딜러들은 파운드를 최악의 통화로 기피했다. 변동폭이 워낙 크고 심하다는 탓이었다.
4일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파운드의 매입·매도 스프레드가 타 통화에 비해 심하다"며 "한 번 방향을 잡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대차게 움직이는 속성을 가져 한 번에 큰 돈을 벌기도, 잃을 수 있기도 하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최근 유로 가치의 변동폭도 커졌지만 과거에 가장 막장통화는 파운드였다"며 "도박사들이 하다하다 안될 때 찾는 곳이 경마장이듯, FX 거래를 하다하다 안되면 그 때서야 파운드로 간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주목받는 파운드..대체통화 될까?
최근 심화된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최악의 경우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로의 대체통화로서 파운드가 부각받고 있다.
조재성 신한은행 부부장은 "최근 유로존이 휘청이면서 대체자산으로 파운드에 대한 선호가 생겼다"며 "얼마 전 영국의 국채 금리가 하락했던 이유도 유로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유로를 팔고 달러 외에 파운드를 같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의 국채시장이 포화상태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안전자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채시장의 규모가 크고 유럽국가들과 지리적 근접성이 좋은 영국의 파운드가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운드가 대체통화로서 각광받기에는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다. 영국 내부의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은 데다가 유로존의 국채를 영국이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어 유로존 붕괴시 영국의 금융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