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핀크 서비스 중단에 소비자 `혼란`…금융당국은 모르쇠

“은행 잔고, 펀드 수익률 안보여 불편”…서비스 재개 시급
현실 동떨어진 제휴가 최선(?)…방법만 내놓고 나몰라라 뒷짐
조건부 허가·샌드박스 활용 등 소비자 보호 대안에도 부정적
  • 등록 2021-02-07 오후 2:14:41

    수정 2021-02-07 오후 9:39:09

카카오페이는 중국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로 인해 마이데이터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 5일부터 자산관리 관련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심사 보류로 일부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카카오페이·핀크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은행 잔고와 카드 이용내역, 펀드 수익률 등을 핀테크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금융당국은 다른 기업과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제휴를 하던가,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API 제휴에 대해서도 기업 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지켜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은행 잔고, 펀드 수익률 안보여 불편”…서비스 재개 시급

7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카카오페이와 핀크가 자산관리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은행 잔고, 펀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사실상 2대 주주인 중국 앤트그룹의 법적 제재 여부에 대한 서류를 금융당국이 확인하지 못해 마이데이터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자산관리 서비스 중 은행, 카드, 투자, 보험, 대출, 현금영수증 통합조회 기능과 `금융리포트` 서비스 중 은행, 카드, 현금영수증, 투자 기반의 정보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또 지난해 9월 선보였던 `버킷리스트` 서비스 중 카드, 현금영수증 정보 기반의 부스터 기능과 영수증 서비스 중 `오늘의 이용내역` 기능, 내보험관리 서비스 중 보험가입 내역 조회 일부 기능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에는 `펀드가 자산관리에서 안보인다`, `은행잔고가 왜 어제 기준으로 보이냐. 실시간으로 안보인다`, `펀드잔고가 자산관리에 안보이니 불편하다. 개선해달라` 등의 민원이 지난 5일 이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앱에서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는 고객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월 초를 지나 결제내역이 쌓이면서 카드 이용내역에 대한 조회 불만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핀크도 대주주인 하나금융의 형사소송 진행 문제로 마이데이터 예비심사가 보류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통합조회 서비스, 소비 히스토리(개인 지출내역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정기결제 알림 서비스 등을 중단했다. 핀크는 최근 고객들이 서로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금융내역을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출시한 `핀크리얼리` 서비스를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중단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핀크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일부 서비스 중단 공지를 올렸는데, 어떤 서비스가 중단되고, 왜 중단되는지 등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왔다”며 “내부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핀크는 대주주 하나금융의 형사소송 진행으로 인해 마이데이터 예비심사가 보류돼 지난 5일부터 자산관리 관련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 출시한 `핀크리얼리` 서비스를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자료=핀크 제공)
현실 동떨어진 제휴가 최선?…방법만 내놓고 나몰라라 뒷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마이데이터 본인가 심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의 경우 마이데이터 허가기업과의 제휴, 서비스 개편 등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할 기업들이 제휴를 해줄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할 뿐더러 비용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제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제휴가 가능하더라도 도입 초기를 지나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제휴`라는 방법만 제시해 놓고서 이와 관련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가 제휴를 연결시킬 수는 없고 기업들이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측면의 대안으로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조건부 허가, 금융 규제 샌드박스 활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앤트그룹 관련 서류를 받는 시한을 정해 조건부로 우선 허가를 내주거나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는 허가 기업과의 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중에 중국 감독당국에서 앤트그룹이 법적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서류가 오면 허가를 다시 뺏어야 하는데 조건부 허가를 어떻게 내줄 수 있겠나”라며 “허가 요건이 안 맞는 기업을 샌드박스로 돌려서 해주는 것은 도입 취지에 안 맞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예외를 인정해주는 단서조항도 중요하지 않은 요건에 해당하는 것인데, 대주주 적격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며 “심사 보류된 기업들은 허가를 받던가, API 제휴를 하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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