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원로의 한탄..손경식 "여야 어디도 기업 편 없어"

경총 회장 비공개 간담회 열어 규제입법 강하게 비판
"대통령, 얘기 다 들어주는데..문제는 성과가 없는 것"
"우리만 규제 강화하면 외국기업과 어떻게 경쟁하나"
"정부가 노조에 기울어 있어 노사 대타협 불가능"
  • 등록 2020-12-20 오후 12:03:40

    수정 2020-12-20 오후 9:33:4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기업 경영 오래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 빼곤 없었다. 기업들이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 기업경영에 부담을 늘리는 법이 무더기로 통과돼 마음이 무겁다. 경총 회장으로서 회원사에 죄송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연합뉴스)


80대의 원로 경영인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각종 기업규제법을 통과시킨 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사과한 것이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작심한 듯 그동안 잘 내비치지 않았던 속에 있던 고충을 토로했다.

“野, 노선불분명하고 서로 목소리 달라 어려움 초래”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시작부터 정치권에 대한 서운함을 쏟아냈다. 국회는 최근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기업규제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 회장은 “여당이 너무 의석이 많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고 여당이 이념적으로 정한 것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아쉬운 점은 야당에서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같은 입장을 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야당 자체가 노선이 불분명하고 내부에서 서로 목소리가 달라 그 자체가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제로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경제3법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찬성한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내부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손 회장은 “우리가 얘기하는데 (야당이)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여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도 “의사소통은 원활히 하고 있다. 서로 얘기하고 싶은 것 다하고 있고, 대통령이나 총리도 우리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며 “문제는 (얘기를 듣고도) 성과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여러 정책 공약을 지금 정부가 성실히 지키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경제나 사회상황이 바뀌는 것에 발맞춰 공약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한번 정해 놓은 것을 고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단체들은 정부여당이 기업규제법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달라고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우리는 개방형 통상 국가이고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규제를 강화하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냐”며 “다른 나라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는) 이유가 있기에 잘 살펴봐야 한다. 규제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9월 23일 국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뒤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규제법으로 표 떨어지면 안할 것 아닌가”


손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같이 기업규제에 나서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반기업 정서”를 꼽았다. 그는 “기업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런 점을 잘 알아주지 않고 과거 인식을 가지고 기업을 다루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규제법 통과로 인해 (유권자) 투표 수가 떨어진다면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활용해 기업규제를 통해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정치권에 기업 입장을 더 깊이 알리고 기업에 대해 인식을 바꾸도록 설득하겠다”며 우리 기업이 어떻게 변모했다는 점을 빨리 확신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길이 멀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손 회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초등학생때부터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며 “경총 차원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활발히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3%룰’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문제 해결, 정부·국민·근로자 모두에게 좋은 일”


노사 관계법과 관련해서는 노사간 대타협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노사분규가 과열되기 시작한 것이 1987년부터이고 오늘날의 과격한 노조가 됐다. 30년이 넘었다”며 “해법에 대해 궁리하다 보니, 노사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와 사가 타협하는 것은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인데, 정부가 늘 노조 측에 기울어 있으니 노조에서는 굳이 내놓을 것도 내놓지 않는다”며 “정부가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 대해 정부에 여러 번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ILO(국제노동기구) 비준 협약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 측이 많은 양보를 했는데 기업이 요구한 불법점거 금지나 대체인력 허용 등의 대안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런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노조 문제 해결은 기업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 국민 모두에게 좋고,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으니 근로자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부의 인식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규제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중소기업에겐 매우 위협적”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대할 계획”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손 회장은 “무엇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고 외국에서는 이 부분에 심혈을 기울인다”며 “우리는 예방은 소홀히 하고 CEO 처벌할테니 알아서 잘 막으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예방적 활동을 위해 기업이 내는 산업재해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출연하고 있는데 효과가 미미하다”며 “이런 문제를 정부 스스로 먼저 개선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1시간 가량 이어진 간담회 마무리 발언으로 “코로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활력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며 “기업에 대한 격려를 많이 부탁드린다”고 마지막까지 호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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