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2두22485)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돼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해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봐야 한다.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신탁재산의 처분 등으로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위탁자를 신탁재산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라고 판단한 기존의 태도를 변경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위탁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임을 전제로, 위탁자가 전단계 사업자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으며, 매입세액을 납부하고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했으며, 매출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신탁재산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돼 신탁재산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라는 법리가 확인된 이상 과세관청은 기존에 위탁자로부터 징수한 부가가치세액을 위탁자에게 환급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위탁자들은 매입세액 공제가 적용되기 전의 매출세액 전부를 환급해달라고 경정청구하며, 매입세액의 불공제(환수)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위탁자가 기존에 신고·납부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이 (매출세액-매입세액)이었으니 이것의 환급을 위해 마이너스(-) 처리를 하면 “-(매출세액-매입세액) = -매출세액+매입세액”으로 매입세액의 불공제, 즉 환수가 돼야 함이 마땅할 것인데, 매출세액만의 환급을 구하며 매입세액의 불공제(환수)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부가가치세법 제39조는 해당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임을 전제로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출 등의 비용을 ‘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신탁재산 관련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자로서 (매출세액-매입세액)의 과세표준의 적용 자체가 없는 위탁자에게 매출세액 납부 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으면서 매입세액의 공제는 받을 수 있는 근거 조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신탁재산 관련 부가가치세의 실질적인 부담주체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와의 관계에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수탁자’임이 명백해진 이상, 세금계산서에 기재될 사업자는 수탁자이며 부가가치세액 산출을 위해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을 주체 역시 수탁자라고 봐야 한다.
■백종덕 변호사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연수원 44기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조세법 전공, 석사) △법률구조공단 오산지소 구조팀장 △대구고등검찰청 국가소송 담당 △법무부 국가송무과(서울지방국세청 파견) 조세소송 담당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현)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