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제조업이 ‘한물간 산업’으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다. 굴뚝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후진국형 산업이며, 중국 혹은 베트남처럼 인건비가 싼 곳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제조업을 보는 눈이 바뀐 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다. 독일 정부가 2010년대 들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전통 제조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한 ‘지능형 공장(스마트 팩토리)’이 그 골자다. 예컨대 의료기기 제조업체 지멘스는 이 정책에 따라 기존 공장을 모두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했다. 2차 산업혁명 때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생산성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포디즘’에 비견할 변화다.
독일이 청사진을 그리자 미국과 일본이 합세했고, 뒤이은 중국의 ‘제조 2025’는 중국판 인더스트리 4.0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제조업 ‘신(新) 패권전쟁’이라 할 만하다.
세계적인 제조업 회귀는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에 기회다. 그런데도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뒤쳐진다는 분석이 나와 우려된다. 선진국처럼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鐵)·전(電)·차(車)’ 동시에 고장나
주력 업종들의 둔화가 눈에 띈다. 1차금속(철강 등)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01~2008년 10.3%에서 2009~2015년 3.2%로 고꾸라졌다.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쪽도 각각 2.6%포인트, 3.9%포인트 급락했다. 우리 경제를 먹여살렸던 이른바 ‘철(鐵)·전(電)·차(車)’가 일제히 고장난 것이다.
선진국은 달랐다. 같은 기간 독일의 경우 2.7%에서 3.9%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일본(0.6%→1.4%)도 0.8% 올랐으며, 미국(3.5%→3.0%)은 0.5%포인트 떨어진데 그쳤다. 제조업을 포함한 전(全)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도 비슷했다. 우리나라가 2.1%포인트 하락하는 사이 독일과 일본은 각각 1.0%포인트씩 상승했다.
|
“국가 차원서 관련 인프라 구축해야”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고부가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고부가화의 핵심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새로운 기술과 함께 지식재산권 확보도 필요한 만큼 웬만한 기업 차원의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심 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국가가 제공·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산업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다.
<용어설명> 인더스트리 4.0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쟁이 더 심화할 것에 대비해 2010년대 들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완전한 자동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전통 제조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한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다. 모든 작업 과정이 사람 없이 통제되는 만큼 저(低)인건비를 앞세운 신흥국의 도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