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가장 현실적 친환경차서 재평가 대상으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태로 이른바 ‘클린디젤차’의 환경 친화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클린디젤차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데 연료소비효율과 출력 등 성능은 좋아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이러한 믿음이 깨지고 있다. 클린디젤차가 국내에 친환경차로 도입된 상황을 살펴본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클린디젤차 도입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차법)은 전기차와 태양광차,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차, 클린디젤차 등 6가지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지정한다. 친환경차법은 클린디젤차를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오염물질을 하이브리드차나 천연가스차와 유사한 수준으로 배출하는 차”로 규정한다.

정부는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친환경차에 대해선 구매 보조금 지원과 세제혜택 등 정부지원도 가능하다.

클린디젤차가 정부가 공식지정한 친환경차 범주에 들어간 것은 2009년이다. 이명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이러한 내용의 친환경차법 개정안이 2009년 4월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린디젤차가 주목받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저탄소 녹색성장’과 맞닿아 있다. 클린디젤차가 당시 고유가와 연비규제, 기후변화 등 복합한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현실적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등에 비해 선진 그룹과 기술적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한 이유였다.

2009년 12일 국회에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상득 의원과 이명규 의원이 주최한 ‘클린디젤 글로벌 포럼’이 열렸다. 디젤차에 대한 환경개선비용부담금 부과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클린디젤차 확산을 위해 직접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부 고시개정으로 2010년 하반기부터 유로-5(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이상을 만족하는 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지속적으로 면제받게 된다.

정부는 이어 2010년 12월 부처합동으로 ‘그린카산업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유로 5 만족 디젤중형차와 디젤대형차를 각각 2012년과 2014년 대량생산하고, 유로 6 만족 디젤버스는 2015년 양산토록 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클린디젤 허상 깨져..재평가 목소리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디젤택시 도입을 추진했다. 디젤택시 도입은 지난 2012년 LPG 가격이 크게 오르자 연료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택시업계 주장을 정치권이 반영한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부터 유로 6 디젤택시 연간 1만대에 한해 유가보조금(345.54원/ℓ)을 지원키로 했다. 제도시행 한달이 넘은 현재 운영되는 디젤택시 차량은 없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완성차업체들이 디젤택시 도입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게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차에서 디젤차 비중은 2011년 20.7%에서 2013년 32.4%, 2014년 38.6%, 올해 상반기 51.9%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디젤차 비중이 올 상반기 68.4%에 이른다. 디젤차가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따지는 요건인 높은 연비와 고출력을 만족하는 데다 친환경 이미지까지 더해진 결과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친환경 이미지는 완전히 빛바랬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른 차종에 비해 적지만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유해 배출물이 많고 성능저하 없이 완전한 제거는 어렵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최근 클린디젤차를 친화경차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클린디젤 허구성이 세계적으로 명백히 드러난 시점에서 정부는 클린디젤차에 대한 정책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친환경차로 도입된 클린디젤차가 정말 깨끗한 지 제대로 평가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