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기 침체 위기가 전세계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증시가 폭락해 생각지도 못했던 `800선 악몽`까지 경험했다.
올해 증시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변동성`이다. 코스피지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파르게 오르내리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철렁이게 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진기록도 쏟아졌다.
◇지옥과 천당이 함께 했던 `10월`
올 한 해 출렁임이 가장 심했던 달을 꼽자면 10월을 빼놓을 수 없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신용위기가 극도로 심화되며 10월 증시 폭락사태가 연출됐다. 9월 위기설로 내내 마음을 졸였던 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10월 한파가 불어닥쳤던 것.
이 때 국내 코스피지수는 1000이 무너지는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쓰디쓴 800대 지수를 맛봐야했다.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넘게 요동치면서 왠만한 지수 움직임은 `보합권`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코스피지수는 10월16일 126.50포인트나 급락하면서 역대 최고 하락폭을 새로 갈아치웠다. 공포스럽던 분위기 속에서 시장에서는 9월 위기설이 양력이 아닌 음력 9월(10월)이었다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반면 10월 말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호재로 증시가 회복에 나서면서 기록적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10월30일 지수는 115.75포인트(11.95%)나 껑충 뛰어오르면서 사상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동시에 새로 썼다. 같은날 코스닥지수도 11.47% 오르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코스피시장서만 올해 총 26회, 코스닥시장서는 19회나 발동됐다. 특히 지난 10월22일부터 11월3일까지 9회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지나치게 빈번해 사이드카가 실효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애널들도 두손 들어..`미네르바 신드롬`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출렁이는 유례없는 급변동 장 속에서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할 말을 잃는 모습이였다.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분석이 불가능하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며 증시에 대해 코멘트하기를 꺼려했고, 한 동안 전망 보고서가 뜸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간 지수 전망을 잘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어느 한 증권사도 올해와 같이 변동성이 큰 장세를 예측치 못했지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제도권 내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면서 이름도 성도 알려지지 않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임박했다는 예측을 내놓은지 5일만에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고, 일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는 달리 독설 섞인 장문의 글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대중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정부 말보다도 미네르바를 신뢰한다는 이야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나돌았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네르바를 `한국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의 신상에 관한 수많은 억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