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로 '안정' 꾀한 '8·9개각'…野공세에 文임명강행 반복되나

文대통령, 5개월만 개각 장관급 8곳 인사 단행
교수·관료 등 전문가 전면배치로 국정과제 성과 초점
野 "코드인사·이중잣대" 반발…인사청문회 격돌 예고
민정수석→법무장관 직행 조국 청문회 관건
文대통령 임명강행시 보고서 채택없는 17번째 인사
  • 등록 2019-08-11 오후 4:28:36

    수정 2019-08-11 오후 4:28:36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국 법무부·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박삼득 신임 국가보훈처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원다연 신민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9개각’으로 집권 3년차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나섰다. 정치인 대신 학계와 시민사회의 전문가를 전면배치한 이번 개각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 개혁 과제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총선용 개각’이라고 혹평하며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해, 문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는 임명 강행이 반복될지 주목된다.

교수·관료 약진…전문가 전면배치로 집권3년차 안정 운영 꾀해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개각을 단행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김현수 전 차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교 교수를 지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는 한상혁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는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국가보훈처 처장 후보자에는 박삼득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명했다. 새 주미대사로는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또 국립외교원 원장에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 3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5명을 교체한 뒤 5개월만에 단행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개각 및 특명전권대사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도덕성을 기본으로 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우선 고려했다. 또 여성과 지역 등 균형성도 빠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개각은 정치인 기용을 줄이고 전문가를 전면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개각에 포함된 정무직 장관급 8명 중 군 출신인 보훈처장을 제외하면 교수 출신 4명, 관료 2명, 변호사이면서 시민사회 출신이 1명이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최기영 교수는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최 교수의 발탁에는 최근 일본 경제보복 사태와 맞물려 국산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정옥 여가부 후보자는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 여성평화외교포럼 공동대표 등의 이력을 갖췄으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첫 여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력이 강하지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내고 있어 교수 그룹의 약진이 뚜렷한 셈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부처에서 오랜 관료 생활로 풍부한 공직경험을 지녔으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해당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분류된다.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정치인은 이수혁 주미대사 내정자가 유일하다. 최종 후보로 거론되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고사로 최종 낙점된 이 내정자 역시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지낸 외교관료 출신이다. 김준형 신임 국립외교원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설계했으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참여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남북관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野 “코드인사·이중잣대” 반발 청문회 ‘격돌’ 예고…임명강행 반복되나

청와대는 이번 인사에서 후보자들의 전문성 뿐 아니라 도덕성도 강조하며 인사청문회 통과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들은 앞으로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검증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도덕성을 기본으로 이번 개각을 진행했다”며 인사청문회 통과를 낙관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인사를 ‘오만·독선의 결정판’이라고 규정하며 후보자들에 대한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오직 내년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총선용 개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코드 인사’로 분류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한 후보자는 민주언론 시민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한 진보 성향 인물로 분류되고 조 후보자는 장하성, 김상조 전·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오랜 기간 재벌개혁을 주도해왔다.

특히 여야는 민정수석에서 법무장관으로 직행한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첨예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했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최악의 측근 인사로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하며 지명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야권은 이같은 점에 비쳐 여권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한편, 조 후보자의 민정수석 재직 당시 인사검증 실패 논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폭로에 따른 민간인 사찰 의혹, 서울대 복직·휴직을 둘러싼 폴리페서 논란, 소셜미디어(SNS) 활동 등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야권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처음부터 ‘보이콧’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모두 16명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5년), 박근혜 정부(4년)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각각 17명, 1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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