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을 전세난 없다더니...

  • 등록 2012-09-03 오전 10:08:11

    수정 2012-09-03 오후 1:37:48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전셋집이 씨가 말랐는데, 누가 전세난이 없을 거랍니까. ”

지난달 8월30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에서 만난 이모(58)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재건축으로 인해 내년 1월까지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이씨는 새 집을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송파지역 전셋값이 불과 몇 달 새 20~30%나 올라, 현재 전세금 1억원으로는 인근에서 같은 규모의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렌트푸어(rent poor·늘어난 전세금을 은행 대출로 메우는 세입자)’가 될 각오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전세물건 자체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씨와 같은 처지의 가락시영 세입자는 이주 대상 5500여가구 중 80%에 육박한다.

불과 일주일 전 국토해양부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폭 늘어나 올 가을은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전세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국토부의 전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올 4~5월 윤달로 결혼이 늦춰지면서 가을로 전세수요가 이월됐고, 강남권 재건축 이주물량도 5500여가구인 송파구 가락시영과 서초구 잠원 대림(637가구), 반포 신반포1차(790가구), 강동구 상일 고덕4단지(410가구) 등을 합하면 무려 7300여가구나 된다.

부동산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새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2864만원 올랐고, 서울은 무려 4357만원이나 올라 평균 전세금이 2억 6591만원에 달한다. 수도권 아파트 중 1억원 미만 전셋집도 2년새 42%나 급감했다. 특히 서울의 1억원 미만 전셋집은 2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전세 물건은 턱없이 부족한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서민들은 빚을 내도 집을 못 구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공급하려던 공공임대주택 3000가구를 조기 공급하고,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앞서 이주한 1164가구를 제외한 조합원 1200가구를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주하도록 하고 4200가구에 달하는 임차 가구도 임차인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이주하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주시기만 분산한다고 해서 없는 전셋집이 생기지는 않는다. 전셋집 찾아주기, 임대주택 입주정보 제공, 서민 전세대출 지원금 증액 등 맞춤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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