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도 찾은 베트남…외국 클라우드 막힌 '소버린 AI' 신시장

김도연 테크밸리 대표 인터뷰
베트남 AI 시장,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와 도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엔비디아·소프트뱅크도 눈독
언어 다양, 지갑 안 여는 변수 많은 시장
현지 LLM 연동 필수적..AI콜센터, AI 교육 협업 기회
  • 등록 2024-08-15 오후 1:08:42

    수정 2024-08-15 오후 8:00:17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베트남은 매우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AWS, MS, 구글 등 어떤 클라우드 기업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죠. 이곳에서 소버린 AI를 추구하는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도 있지만요.”

김도연(Patrick Kim) 테크밸리 대표는 지난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IT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사이버보안법 때문에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려면 베트남 거대언어모델(LLM)접목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도연(Patrick Kim) 테크밸리 대표


김도연 대표는 KT글로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베트남 1위 통신사인 비에텔이 알티캐스트와 KT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서 IPTV 서비스를 도입할 때, 그는 연 매출 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후 메가존클라우드 베트남 사업본부장을 거쳐 IT 컨설팅 및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테크밸리를 창업했다. 그는 12년 전부터 베트남에 머물며 현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오는 11월 19일 ‘이데일리 AI융합포럼(EAIF 2024)’에서 베트남 AI 시장에 대해 발표할 김도연 대표를 미리 만나, 베트남 현지의 상황을 들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엔비디아·소프트뱅크도 눈독

베트남 정부는 총리 결정문(8/2020/QD-TTg)을 통해 2023년까지 인공지능(AI) 연구와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2021년 1월 26일에는 2030년까지 AI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김도연 대표는 “2025년까지 베트남형 챗GPT와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할 계획이며, 데이터센터와 로컬 클라우드에 대한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의 AI 투자 의지가 밝히면서,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2월 하노이시 국가혁신센터(NIC) 호아락캠퍼스(Hoa Lac)를 방문하여 정부, 지자체, 현지 기업 간의 실무회의에 참석했다.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도 베트남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도연 대표는 “젠슨 황 회장이 왔을 때 H100을 샘플로 주고 간 것으로 안다. 또, 손 회장은 베트남 최대 오픈마켓 센도(Sendo)에 투자한 데 이어, 은행 대출을 통해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수목적회사는 구입한 엔비디아 GPU를 소프트뱅크에 임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손 회장은 최근 1년간 생성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는 크게 집중하지 않았으며, 스타트업 펀드 모금 활동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현지 챗GPT들. VINBIGDATA가 개발한 VIGPT, 빈그룹 자회사 개발 PhoGPT, 베트남 인터넷 유니콘 VNG 그룹이 출시한 Zalo AI . 출처=테크밸리


언어 다양하고, 지갑 안 여는 변수 많은 시장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려면 현지 업체와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또, 베트남은 한국에 비해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지역 언어가 사용되며, 기술 협력 시 소스코드 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주의사항이 있다. 2023년 베트남의 GDP는 4337억 달러로, 한국의 GDP(1조 6650억 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김도연 대표는 “베트남 정부는 AI를 자립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베트남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3개가 있지만, 방언까지 합치면 100여 개가 된다. 그래서 챗GPT는 베트남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X가 필요한 것처럼, 미국 기업의 AI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베트남향 GPT’라고 불리는 △VIGPT(빈빅데이터 개발) △PhoGPT(빈그룹 자회사 빈AI 개발) △Zalo AI KILM(인터넷 유니콘 VNG 그룹 출시) 등이 있다.

하지만 거대한 인프라 비용이 드는 AI 채팅봇이 베트남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의 현지 IPTV는 한 달에 3달러인데, 넷플릭스는 11달러 정도다. 베트남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선진국보다 많이 낮아서 넷플릭스도 계정 하나로 10여 명이 공유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AI 채팅봇도 유료화로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현지 GPT들의 점유율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Lao Dong TV의 가상앵커 (출처 : Lao Dong TV 웹사이트).


AI콜센터, AI교육 협업해볼만

이에 따라 김도연 대표는 베트남 현지 거대언어모델(LLM) 연동이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 IT 시장을 좌우하는 외국 기업은 구글, MS, 아마존이 아니라 IBM과 오라클”이라며, “IBM과 시스코 없이는 베트남의 은행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미국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지만, 여전히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서, “한국 기업이 베트남 현지에 맞춘 ERP(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단순히 언어만 현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최신 세금 정보, 고객센터 솔루션, CS 분석, 데이터 분석 등을 로컬화된 베트남향 AI와 연동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협업할 수 있는 주요 분야로는 AI 콜센터와 AI 교육을 꼽았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아직 콜센터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국 명동에 있는 AI 안내원 같은 서비스가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지 업체와 협력해 AICC(인공지능 콜센터)를 운영하거나, AI 온라인 과정을 개설한 호치민 기술 대학 등과의 협력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이 AI를 개발할 때, 학습 데이터 생성에 필요한 AI 라벨링 작업 등을 베트남 기업과 협력하는 것도 가치가 있다”며, “기술 개발은 한국에서 하되, 언어 지원은 베트남향 LLM(대규모 언어 모델)과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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