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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9일 “일본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조정에 들어간다”면서 “일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미국과 조율해 규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은 ‘외환 및 외국무역법’에 따라 무기 또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선 경산성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미국과 협의해 반도체 관련 품목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새로운 규제 마련과 관련, 현행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엔 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법 개정시엔 규제 시행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니시쿠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들에게 “일본의 (반도체) 수출관리는 국제적인 협조하에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각국의 규제 동향을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자 규제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네덜란드, 일본에 동참을 지속 촉구해 왔다. 현재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1위, 네덜란드 ASML이 2위,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ASML과 도쿄일렉트론이 미 기술을 쓰지 않은 제품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지난 27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미 워싱턴DC에서 일본, 네덜란드 정부 관료들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관련 협상을 진행, 동참 합의를 이끌어냈다.
안보와 관련된 민감성을 이유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구체적인 협상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네덜란드 ASML의 수출 규제 범위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해서만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日·네덜란드 동향 예의주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네덜란드 ASML와 일본 니콘, 도쿄일렉트로닉스 등의 장비 유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일본과 네덜란드가 억지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제재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중국과 반도체 초격차 기술 경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중국이 이를 극복하고 기술추격을 이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시각”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이런 시기에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최대한 벌리고 시장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갈 경우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