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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투자 연구 포털 에릭(ERIC)의 공동 창립자인 러셀 네이피어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달러·엔 환율”이라며 “시장에선 BOJ의 금리인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종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지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하고 있다는 게 네이피어의 설명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인 미국 등 해외자산에 재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엔화를 빌려 투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엔화가치가 오르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엔화를 다시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주식 등 자산 매각이 진행된다.
지난 3년 동안 엔화는 약세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달러·엔 환율은 141엔대에서 거래를 시작해 7월 초 162엔까지 상승해 3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포지션을 잡기 쉬워져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숏 거래에 몰렸다.
금융 데이터·서비스 제공업체인 바차트는 “헤지펀드들은 엔화에서의 숏 수익을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레버리지 롱 포지션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엔저 일방통행 흐름이 갑자기 바뀌었다”며 “헤지펀드는 한 쪽 자산에서 자금을 뺄 때 다른 쪽에서도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엔화가치가 5% 급등하는 동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7% 하락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더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달러·엔 환율보다 나스닥지수 하락폭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롱 포지션은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해 선물을 매수하는 것을 뜻하며, 숏 포지션은 반대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선물을 매도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본이 전 세계 주요국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국가라는 점,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엔화 강세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가장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2021년 말 이후 국경간 엔화 차입은 7420억달러(약 1010조 2330억원)에 달한다. 앞서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를 토대로 “1990년대 이후 누적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총 20조달러(약 2경 720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네이피어는 “일본의 통화정책과 미 자산 가격의 강력한 관계, 즉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미 주식가격의 취약성은 이제 명백해졌다. 미 증시의 부정적 반응은 일본 당국의 금융억압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미 주식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