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아가씨’ 호칭에, 유부남 구애도…직장 내 성차별 여전

직장갑질119·아름다운재단 여론조사
여성 절반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린 적 있다"
여성 직장인 11%는 `원치 않는 구애` 경험
  • 등록 2023-09-10 오후 3:23:42

    수정 2023-09-10 오후 3:23:4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직장 내 여성 노동자의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줌마나 아가씨와 같은 부적절한 호칭 사용이 만연하게 이뤄지거나 원치 않는 일방적 구애를 받았다는 여성 직장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등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현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 31.3%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호칭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여성 55.9%로 절반 이상으로, 비정규직 여성은 10명 중 6명이 ‘아가씨·아줌마’ 등의 부적절한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노동자는 12.4%에 그쳤다.

또 직장인 27.6%는 ‘여자는~’, ‘남자는~’으로 시작하는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혐오 발언을 들었고, 26.4%는 커피 타오기, 애교 같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혐오 발언 및 성역할 수행 역시 여성이 각각 45.1%, 44.8%의 응답률을 보여 남성(14.2%, 12.2%)보다 크게 높았다.

일방적 구애도 문제가 됐다. 여성 직장인 11%는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남성 3.4%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여성 비정규직은 14.7%가 이를 경험했는데, 정규직 남성 2.5%의 5.8배에 달한다. 한 응답자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유부남 상사가 사적으로 만나자는 헛소리를 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이라 웃으며 참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성추행을 시도하거나 밤에 전화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직장인 44.5%는 일방적 구애 상황을 막기 위해 상사와 후임 간 사적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 규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직장 내 성범죄나 젠더 폭력 피해자들이 회사나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뿌리가 깊다고 조사됐다. 응답자의 48.2%는 직장 내 성범죄 피해 후 ‘회사가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73.8%는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 폭력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부적절한 호칭, 구애 갑질, 여성혐오 발언 등 수많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며 “이러한 괴롭힘을 방치하면 성희롱이나 고용상 차별, 스토킹 등 더 큰 폐해로 이어져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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