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덩어리에 비친 세상의 제스처를 보다 [e갤러리]

△누크갤러리서 '움직이고 자라나는' 전 연 조가연
풍경보단 초현실적 형상으로 빚어낸 '산'
굵직하게 그은 선, 대담하게 입힌 색으로
웅장한 외면 아닌 디테일한 내면을 묘사
  • 등록 2022-12-11 오후 2:07:31

    수정 2022-12-11 오후 2:07:31

조가연 ‘인왕산의 덩어리’(2022), 캔버스에 오일, 120×95㎝(사진=누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장막을 등지고 부드러운 산세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누구나 ‘산’이라면 응당 떠올릴 전경과는 거리가 멀단 얘기다. 산이 풍기는 외면의 웅장함보단 산이 품어낸 내면의 디테일을 드러낸 듯하니 말이다. 그 디테일이란 것 또한 간단치 않다. 꿈틀꿈틀 움직이기도 하고 뭉실뭉실 피어나기도 하고. 마치 거대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유기체인 듯하달까. ‘인왕산의 덩어리’(2022)로 말이다.

작가 조가연은 산을 그린다. 어엿하게 제 이름을 가진, 한국의 산이다. 그렇게 실명이 달린 산을 세상에 다신 없을 초현실적 형상으로 빚어내는 건데. 사실 그렇다. 작가는 세상의 풍경을 “하나의 성격을 가진, 생명력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거다. 산과 돌·바위는 그 풍경 속에 기꺼이 드러낸 자신의 몸과 뼈일 뿐이라고.

결국 작가는 산 그 자체보다 산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세상의 동작을 보려 한 거다. 모티프는 인왕산이 던져줬을지언정 화면에 세운 그 산이 굳이 인왕산을 빼닮을 필요는 없었던 거고. 굵직하게 그은 선과 대담하게 입힌 색이 작가만의 산 그림에 큰 덩어리를 보탰다.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움직이고 자라나는’(Moving and Growing)에서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갤러리가 진행하는 ‘신진작가후원전시’로 꾸리고 16점을 걸었다.

조가연 ‘백운봉 암문의 삼각산’(2022), 캔버스에 오일, 116.8×91㎝(사진=누크갤러리)
조가연 ‘설악의 토왕성’(2022), 캔버스에 오일, 150×135㎝(사진=누크갤러리)
조가연 ‘한계령의 부분’(2022), 캔버스에 오일, 53x45.5㎝(사진=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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