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3부>②순간의 선택이 기업 운명 좌우한다

퇴직연금은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설계가 정답"
  • 등록 2005-11-08 오전 10:00:00

    수정 2005-11-09 오전 9:45:05

[이데일리 지영한기자]세계 자동차시장의 거인, GM이 무너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가 안 팔리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승부를 걸겠다는 경영진의 계획과 통제, 승부근성이 실종된 까닭이다. 한 마디로 매니지먼트의 실패다.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얼굴이다. 그 중에서도 GM은 미국의 자존심이다. 과거 포드자동차는 그 유명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적용한 ‘T카’를 선보이며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GM은 이런 포드를 1928년부터 제치고 미국 안방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GM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70년대만 해도 48%에 달했다. 한국에서 지금의 현대차에 버금가는 위상이었다. 80년대 43%선에서, 지금은 25%선까지 급락했다. 향후 20%선 아래로의 추락이 단지 시간상의 문제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침몰하는 거함, GM 위기의 본질은 
  
GM 위기의 실체는 ‘판매급감에 따른 수익성 악화’이다. GM의 판매부진은 일본 메이커 때문이다. 비단 GM 만이 아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의 빅3는 일본차의 파상공격에 하루가 멀게 안방시장을 내주고 있다. 태평양 전쟁에선 무릎을 꿇은 일본이지만 디트로이트 공습으로 시작된 미, 일 자동차 전쟁에선 확실히 승기를 잡고 있다.

일본차는 70년대 오일쇼크 기간중 북미시장에서 유럽 메이커를 몰아냈다. 80년대엔 혼다와 도요타가 북미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미 본토공략을 본격화했다. 그럭저럭 버티던 미국의 메이커들은 90년대들어 시장점유율이 수직 급락했고, 2000년대 들어선 생존마저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합리적인 연금수리없이 무턱대고 도입한 의료보험과 연금도 GM의 위기를 거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종업원은 물론이고, 퇴직자와 그 가족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부담하는 의료보험과 연금비용, 소위 유산비용(Legacy cost)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GM의 위기가 숙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한 근로자복지가 이제는 부메랑이 돼 GM의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GM 자동차 1대에는 의료비용과 연금비용이 1400달러와 800달러씩 총 2200달러나 포함돼 있다. 도요타의 180달러와 혼다의 107달러와는 비교가 안된다. 품질은 물론이고 가격측면에서 일본차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GM 위기의 배경은 일본차에 뒤처지는 제품경쟁력으로 인한 판매부진”이라고 지적하고,“설상가상으로 `레거시 코스트`에 의한 과도한 비용부담이 GM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틱한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GM은 서서히 침몰하는 항공모함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도입 목적을 분명히 하라"

GM의 위기는 한국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GM의 위기가 의료비용이나 연금만으로 촉발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GM의 회생을 가로막고 있는 분명한 이유중 하나가 막대한 금융비용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마침 한국에선 12월부터 기업의 재무와 회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퇴직연금이 시행된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퇴직급여제도는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준탁 ING생명 이사는 “퇴직연금은 재무적인 측면에서 사외적립이 요구되고 있어 현금흐름(캐시플로)관리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관리측면에서도 과거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업무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리측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외적립은 대차대조표상 기업의 부채를 경감시키므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 이사는 “지금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된 상황에선 퇴직금 재원을 미리 확보해 둠으로써 과거보다 탄력적인 노동력과 노무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권병구 삼성생명 기업연금팀장은 “퇴직급여제도는 자금부담 뿐만 아니라 회계, 세무, 노무관리 등 여러 부분에 걸쳐 기업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퇴직급여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기업들은 회사의 목표와 자금흐름 등을 면밀하게 따져본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팀장은 “가장 우선적으론 퇴직급여제도의 도입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일시퇴직금제도를 유지할지, 새로운 확정급여형(DB)내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기에 앞서 회사의 목적을 반드시 확인하라는 것이다. 그는 “종업원의 노후보장 충실화라던지 기업의 자금부담, 경쟁사와의 관계 등 목적을 명확히 파악해야만 기업에 적합한 제도설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도 매우 중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낸다. 퇴직연금제도의 운영이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위탁되는 만큼 한번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면 변경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역량이 있는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기관으로서의 재무건전성과 원활한 제도운용이 가능한 전문역량, 경험 등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DB "적정수준의 재원적립이 관건"   

제도별로 살펴보면, DB형 퇴직연금의 경우엔 근로자에게 약속한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즉 퇴직연금을 지급하려면 사전에 필요한 재원을 적립해야 한다. DB제도는 적립금의 최소 60%를 사외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에겐 사외적립금이 당장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종업원의 퇴직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기업의 부채로 계상되어 관리되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사전에 재원이 과소적립 된 경우엔 향후 부담이 일시에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과다하게 적립된 경우엔 기업이 불필요한 부담을 한 결과이다.     



DB제도 운영은 적정수준의 재원을 적립해 나가는 것이 과제다. GM 등 해외 기업들이 퇴직연금 적립부족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은 재원 적립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물론 DB를 선택함으로써 이로운 점도 많다. 예를 들어 DB제도는 근로의 지속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으로서 사외적립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있을 경우 40%(추후 변경예상)의 퇴직충당금을 버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퇴직연령에 수령 예상 퇴직금을 기준으로 DB 납부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도 개인도 손해가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DC는 근로자 책임

DC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면 기업은 매년 확정채무 성격의 부담금을 내야한다. 이에 따라 경직된 자금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DC를 선택한 기업들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금흐름에 늘 신경을 써야만 한다.

다만 현재 퇴직금을 연말정산하고 있는 경우나 기업의 현금흐름이 충분한 경우라면 기업들은 DC를 통해 부채를 즉시 해소하면서 100% 비용인정까지 받을 수 있다. 근로자 개인도 저축에 대한 여유가 있을 경우 소득의 일정 부분을 추가 납입하여 연말 소득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DC제도에선 부담금 갹출 후에는 기업의 채무가 없어진다. 특히 퇴직연금의 운용책임과 리스크는 근로자의 몫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본업과 관계없는 연금운용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연금운용 결과에 따른 경영상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이외에 기업이나 근로자가 새로운 퇴직연금의 이행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업단위별로 서로 제도를 달리 적용함으로써 시험기간을 가져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중간정산 기업이나 퇴직급여제도 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근로자들의 개인퇴직계좌(IRA)를 고려해 봄직하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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