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특성화 강의 '유명무실'

  • 등록 2012-10-25 오전 10:10:49

    수정 2012-10-25 오전 10:10:49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부산대학교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34) 씨는 입학 후 한 번도 특성화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김씨는 로스쿨을 졸업하는데 아무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씨가 다니고 있는 부산대 로스쿨의 경우 특성화 과목을 ‘필수 이수’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로스쿨생 사이에서 특성화 강의는 인기가 없다”며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이나 로펌 취업에 유리한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특성화 교육을 통해 전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당초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 중 특성화 과목을 일정 학기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을 둔 대학은 6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화여자대학교와 한양대학교를 제외한 23개 로스쿨에서 특성화 과목을 들어야 졸업할 수 있는 학교는 강원대학교·전남대학교(1학점), 경북대학교·동아대학교·아주대학교(2학점), 고려대학교(3학점) 뿐이다.

로스쿨 특성화 과목이란 다양한 분야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강의로 건국대학교(부동산) 서울시립대학교(세무·조세) 이화여대(여성) 중앙대학교(엔터테인먼트) 한국외국어대학교(국제지역) 인하대학교(물류) 부산대(해운) 등 대학마다 특성화된 학문을 법학과 접목해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로스쿨생들은 이 같은 로스쿨 특성화가 법률시장에서 요구하는 것과 거리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대학 로스쿨생은 “로스쿨 3년 동안 특성화 과목을 이수했다고 그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며 “로스쿨에서 특성화라고 내세우는 분야도 사실 법률시장에서 요구하는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2년간 전국 로스쿨이 개설한 특성화 강의 941개 중 18.9%(178개)는 수강신청 인원 미달 등의 이유로 폐강됐다. 특성화 과목 5개 가운데 1개 꼴로 폐강되고 있는 것. 특성화 과목의 폐강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대학교로 20개 강의 중 65.0%(13개)가 폐강됐다. 이어 ▲영남대학교 50% ▲서울시립대 46.9% ▲서강대학교 34.6% 등의 순으로 폐강률이 높았다.

로스쿨 교수들은 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으로 비법대 출신이 늘어난 점과 변호사 시험 과목을 꼽았다. A대학 로스쿨 교수는 “매년 비법대 학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이들은 민법, 형법, 상법 등 주로 기초법률 강의에 몰리기 때문에 특성화 과목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대학 로스쿨 교수는 “올 초 치러진 변호사 시험 평균 합격률이 87%로 높게 나타났지만 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며 “여기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시험과 취업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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