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우라늄 등 주요 광물의 수출 제한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상 회의에서 “우리가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몇 가지 종류의 상품들을 살펴보길 바란다”면서 우라늄, 티타늄, 니켈 등의 수출 제한을 촉구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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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농축 우라늄 판매 제한은 서방의 원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방 원전 업체들은 러시아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금지했지만 기존 수입 계약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은 약 5% 수준이나 핵연료 제조 초기 공정인 농축 우라늄의 경우 3분의 1이 러시아산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따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일부 상품 수입에 대한 제재를 직면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일부 상품의 수출에 제한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를 비롯해 우방인 중국과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고조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에 집중됐으나 올 들어 서방은 러시아의 광물 수출까지 제재 영역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광물의 일부 수입을 금지했으며, 영국과 미국의 거래소들은 더 이상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을 거래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산 원자재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점결탄과 알루미늄 등 점점 더 많은 선적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전형적인 푸틴 대통령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러시아는 서방이 추구하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광물 분야의 주요 공급자”라면서 “러시아가 수출을 끊는다면 서방의 계획은 무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은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