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GM의 인수팀을 맡아 GM대우 출범을 이끌었고, 2002년 2월부터 2006년 9월까지 GM대우를 이끌었다. 2008년에는 한국 문화와 직원들을 대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은 '열정'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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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제64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시장 근처에서 만난 닉 라일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컨버전스 시대의 제휴 전략, 한국과 유럽 시장의 차이 등에 대해 생각을 털어놨다.
◇ CO2 저감과 작은차가 미래 닉 라일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확실한 추세는 CO2 저감과 이를위한 전기차 기술의 확대, 그리고 작은차"라고 말했다. 이곳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많은 전기차가 선보인 것도 유럽시장, 특히 네덜란드 등에서의 CO2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라일리 사장은 차량의 다운사이즈 추세는 가격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라일리 사장은 "한국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대세인지는 모르나 유럽에서는 차량의 다운사이즈 추세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는 값이 저렴한 차가 아니라 돈을 꽤 들여서라도 작지만 기능에 충실하고 디자인이 훌륭한 차를 원하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책임 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작은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제상황보다는 기름을 소모하는 차를 운전하는 것을 반사회적(anti-social) 행위로 간주되는 문화, 아이폰 등 IT 및 위성과의 연계, 높은 차량 안전성에 대한 가치부여 등이 작은차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라일리 사장은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소형차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나 한국에서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며 "작은 차를 많이 만드는 한국GM은 수익성을 지속해서 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IT와 자동차, 섬유 화학과 자동차가 뭉치는 컨버전스 시대의 달라진 기술개발 양상에 대해서는 수직계열화 보다는 속도를 강조했다. 그는 "GM의 경우 과거에는 가급적 모든 기술을 회사내에서 구현하려 했지만,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IT 기업과 배터리 기술에는 LG와 같은 기업과 제휴해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일리 사장이 초대 GM대우 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그에겐 수출을 통한 공장가동 회복과 양적성장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런데 한국직원들은 차량에 대한 각국의 요구수준과 규제 대응 전략을 만들기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워 일했다고 한다.
노사문제는 한국과 유럽이 대동소이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노사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나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한국에서도 그랬듯 이곳에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존중심(respect)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일리 사장이 2009년 12월 GM유럽 사장으로 왔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노사문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노사관계가 잘 풀려 20%의 생산감축과 비용절감을 이뤘고, 사업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많은 대화가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GM대우 시절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평했다.
한국과 유럽의 시장 차이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7%정도의 수입차 시장을 빼면 5개의 자동차 제조회사가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하지만, 유럽시장은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며 다양성을 이뤄간다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한국GM 등이 미국과 유럽 등 수출시장을 놓고 격하게 경쟁해 매우 경쟁력이 높다"면서 "현대·기아차는 이곳에서도 최근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덕분에 한국 시장은 다른 어떤 나라들 보다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