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손잡아 준 여러분 덕분"…'故백남기 민주사회葬'영결식(종합)

시민 1만 5000여명, 고인 마지막 배웅
장녀 도라지씨, "하늘에서 꿈꾸던 세상 보시길"
노제에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 만장 행렬
광주 옛 묘역에서 영면
  • 등록 2016-11-05 오후 4:38:55

    수정 2016-11-05 오후 4:38:55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서 유가족과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야권 정치인과 종교인,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의 수많은 시민들이 고(故) 백남기(69)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영정 속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고인은 이들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듯 했다.

부검 논란으로 치르지 못했던 고인의 장례식이 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됐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달 25일 숨을 거둔 지 41일 만이다.

시민 1만 5000여명 함께…장녀 도라지 “하늘서 꿈꾸던 세상 보시길”

영결식 시작 30분 전부터 광화문광장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시민 1만 5000여명(경찰 추산 5700명)이 운집해 백남기 투쟁본부 측이 준비한 의자가 부족할 정도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같은 당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도 곁을 지켰다.

영결식은 고인을 위한 묵념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돼 정현찬 투쟁본부 공동대표 겸 상임장례위원장의 여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고인이 숨진 뒤부터 곁에서 자리를 지켜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영원히 백남기 농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 대표는 추도사에서 “백남기 농민은 민주주의와 농민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한 선구자였다”며 “고인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는데도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제2, 제3의 백남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실을 규명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표 역시 추도사에서 “이 정권은 명백한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병사나 제3의 요인으로 인한 사망으로 조작하려 했다”고 지적한 뒤 “유족들은 고인의 장례도 치르지 못 한 채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박근혜 정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특검으로 고인의 사인을 밝히는 것은 우리 정치인 들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장녀 도라지씨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이제야 아버지의 장례를 모실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가족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마음을 모아 싸워주신 여러분들 덕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아버지께서 꿈꾸던 세상을 하늘에서라도 보시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한다”면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죄인들이 처벌받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라지씨의 발언에 영결식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시민들은 ‘우리가 백남기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를 외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차녀 민주화씨가 눈물을 흘리자 어머니 박경숙씨가 위로했다. 영결식은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운구차가 고인의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향하면서 마무리됐다.

문재인(왼쪽)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당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인·노제에도 수많은 시민들…광주 옛 묘역에 영면

앞서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식에도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들과 시민 약 100명이 모여 빈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발인은 유족이 ‘교우(敎友) 백남기 임마누엘’이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고인의 부인과 자녀 등 유족들은 위패·영정 사진과 함께 고인의 시신이 있는 병원 지하 1층 안치실로 향했다.

가톨릭 신부 8명은 유족들이 안치실로 이동한 뒤 고인의 운구를 둘러싸고 장례미사를 진행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발인 절차를 이어가던 유족들은 슬픔을 억누른 채 간간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오전 8시 15분쯤 운구차가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장례미사가 진행될 서울 명동성당으로 떠나면서 발인은 마무리됐다. 고인의 장남 두산씨가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차 앞자리에 자리했고 다른 유족들은 별도의 버스에 올랐다. 시민들 몇몇은 오전 9시에 이어지는 장례미사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잡아 운구차를 따랐다.

명동성당 미사를 마친 뒤에는 고인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명당성당부터 르메이에르 빌딩까지 이어진 운구 행렬에는 유족과 시민 1000여명이 함께 했다. 운구 행진은 고인이 환히 웃는 영정을 실은 차량을 선두로 꽃상여와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고 적힌 만장들이 뒤따랐다. 길을 오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한편 영결식을 마친 운구는 이날 오후 8시쯤 전남 보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운구 도착에 맞춰 보성역에서는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6일 오전 10시와 정오에는 각각 보성역과 광주금남로에서 노제가 진행된다. 이후 광주 5·18 민족민주열사묘역(광주 옛 묘역)에 안장되면서 장례절차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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