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인하했다. 그러나 정작 통화정책의 시행 근거를 나타내는 통화정책방향문은 금리가 동결된 지난 9월과 비교할 때, 바뀐 것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한은이 정책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한은의 ‘불통(不通)’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발표한 통방문을 보면, 지난 9월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인식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경제에 대한 문구는 완벽히 같고, 국내경제에 대한 인식 역시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하락이 소폭 하락했다는 것과 환율이 하락했다는 문구가 전월과 다르지만, 금리 인하를 결정했을 핵심 키워드로 단정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다.
금리를 동결한 통방문과 금리를 인하한 통방문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방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리를 동결한 이유와 인하한 이유가 같다면 ‘한은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냐’는 이야기다. 통방문구 하나하나는 모두 금통위원들의 합의를 거쳐 작성되기 때문에, 금통위 입장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소통도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한은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 확실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방문이 혼란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지난 8월 통방문 중 ‘견실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는 ‘물가안정목표 내에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물가안정에 더 노력하겠다는 한은의 뜻을 표현한 것으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소통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전망 횟수를 늘리고 금통위 의사록 공개시점을 앞당기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혼란된 시그널을 주면서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한은 측은 “지난 7월 금리인하 당시 대내외 경제에 대한 인식을 반영해 이미 한 차례 통방문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바 있다”며 “이런 인식을 10월까지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금리를 인하하는 만큼 ‘GDP갭이 확대됐다’는 문구를 둘러싸고 넣을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경제주체들에게 비관론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넣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