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날을 만들자)<1부>①이젠 정부가 빚을 갚을 차례다

`저축만이 미덕` 캠페인이 `한강의 기적` 밑거름
`저금리 시대`국민 자산관리 위해 정부도 나서야
  • 등록 2006-11-06 오전 11:30:00

    수정 2006-11-10 오전 9:42:14

[이데일리 지영한 조진형기자] 한국경제가 활기를 잃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지 오래다. '저금리시대'도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저출산-고령화' 이슈마저 불거지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저출산-고령화'는 공적연금의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오래사는 위험'에 직면한 가계는 자조(自助)의 노력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수단이 별로 없다. 
 
산업현장에서도 변화가 빠르다. 정보기술(IT) 및 벤처 기업들의 비중이 커진 반면 기업들의 라이프 사이클은 매우 짧아졌다. 저축자금을 빌려주는 간접금융의 입장에선 이러한 위험을 감내하기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기업들로선 '투자'로 조성된 자본시장, 즉 직접금융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첨단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직접금융의 비중이 높다는 '월드뱅크'의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이데일리는 '저축' 못지 않게 '투자'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투자의날' 제정을 제안하며, '투자의날을 만들자'는 테마기획을 전개한다. '투자'는 '저축'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개념이며, '저축'과 '투자'의 조화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으로 자리잡아 나아갈 것이다.[편집자주]


직장 점심시간을 틈타 은행을 찾은 정형진(가명·33) 대리는 마냥 흐뭇하다. 맞벌이 부부인 그가 신혼 생활 1년간 차곡차곡 모은 적금 1000만원을 찾는 날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적금을 부으려고 했지만 아내의 주장으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학창시절부터 저축만 해온터라 큰 결심이었다.

그런데 문득, 은행 점포 한복판에 걸린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제43회 저축의날'이란다. 순간 평생 저축만 하고 사신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부자가 되려면 한푼이라도 아껴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 위험한 데 투자할 생각은 아예 말거라."

◇ 대단했던 '저축의날'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친 어르신들에게 저축이 가진 의미는 특별하다. 저축은 도덕적인 삶의 방식이자, 나라를 돕는 길이었다.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었다. 외환위기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 저축에 익숙한 국민들이 많기에 가능했다.

70년대에 태어난 정씨도 어릴 적부터 이같은 저축의 의미를 자신도 모르게 본받아왔다. '저축의날'이면 으레 동네 새마을금고에 가서 그동안 모은 용돈을 저금한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에는 '저축의날'이 언제인지 상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정씨의 어머니 세대에겐 아직도 특별한 날이다. 60년대와 70년대만해도 '저축의날'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행사였다. 대통령이 주관하고, 군악대의 팡파레가 울려퍼졌다.

▲ 73년 10회 저축의날. 총 6000명이 행사장을 빼곡하게 채운 가운데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출처 : 조선일보)

64년 제1회 '저축의날'이 열릴 당시, 국가 경제는 말그대로 피폐했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지원할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외화를 벌어오기 위해 '월남 파병'을 실시했던 시기였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의 저축 증대를 국가 1순위 정책으로 꼽고, 저축을 경제개발의 토대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절약과 근검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외치며 장기저축운동을 추진했다. 재무부 장관은 브리핑 때마다 저축 현황을 보고하고,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언론도 거들었다. 당시 신문들은 "직장 동료와 비싼 맥주 마시지 말아라. 꽁생원 핀잔쯤은 참아라. 지출 후의 잉여분을 저축하지 말고, 이를 악물고 저축한 후에 지출하라"는 재테크 기사로 지면을 도배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국가 차원에서 계획경제를 주도했던 당시에는 저축이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유효하고 손쉬운 방법"이었다"면서 "국민들의 높은 저축률이 경제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고 말했다.

◇ 피땀 스민 저금통장..삶의 증표였던 시절


▲ <강제저축 각도별로 본…그 현황. 당국의 일방폭주에 시달리는 영세민들> (출처 : 조선일보 1966년 6월23일자)
국민들은 피땀을 흘려 저축을 했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국민들은 자녀 네댓은 기본으로 키우면서 혁대 졸라매며 힘겹게 저축을 했다.

사실 반 자발적, 반 강제적이었다. 각 도(道)마다 저축 목표를 할당한 탓에 영세민들은 배고픈 배를 움켜지고 저축해야 했다. 농협에서 농자금을 탄 농민들은 대부금의 10%를 저축해야 했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저축 성화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나타나기도 했다.

심지어는 호적 초본 한통 받는데도 저금통장을 제시해야할 정도였다. 이렇게 그 당시 저금통장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증표였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64년 145억원에 불과했던 저축성 예금은 매년 두배씩 증가, 불과 10년도 안된 73년에 1조2211억원으로 급증했다.

70년대 들어서서 저축 증대를 위한 국가의 노력은 더욱 체계화됐다. 저축자에 대한 세제상 우대조치가 취해지고, 76년에는 저축증대법안이 마련됐다. 저축성 예금은 76년에는 2조원, 77년엔 3조원, 78년엔 5조원, 79년엔 6조원, 80년엔 8조원, 81년엔 1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국가 경제는 국민들의 저축을 토대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최대한 소비를 절제하고 한푼이라도 아껴 저금을 늘린 국민들의 자부심도 높았다.

사실 그 당시에는 국민들은 저축 이외에 마땅한 투자수단도, 지식도 없었다. 저축은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면서 유효했다. 60~80년대 10~20%대의 고금리 덕에 눈덩이 같은 복리효과도 가져다줬다.

80년대 들어 주식에 투자하는 국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변동성이 워낙 커서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다. 특히 버블이 크게 한번 무너지면서 '역시 저축이 최고야'라는 믿음은 더욱 강화됐다.

◇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 갚을 시기..투자의날 제정은 그 첫 걸음

▲ 한국은 국민들의 피땀서린 저축을 종잣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이제 정부가 제대로 된 투자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보답할 차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저금리·고령화 시대가 찾아왔다. 10%대의 금리는 4% 내외로 급속도로 떨어지고, 평균 수명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저축의날'은 점차 잊혀지고, 절약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이 됐다. 저축만으로는 스스로의 노후대비는 물론, 자녀 한둘의 사교육비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환경은 나날이 급변하고 있지만, 저축에 대한 어르신들의 생각은 변함없다. 피땀이 스민 저금통장을 장롱 속 깊이 간직하던 이들에게 저축이란 의미는 남다르다. 저축은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선 절약의 미덕, 도덕적 자부심이다. 그 영향을 받은 어르신들의 자녀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는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바야흐로 '저금리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계의 자조(自助)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투자는 저축만큼 단순하지 않다. 잘못하면 투기가 되고, 자칫 원금도 까먹을 수 있다. 주식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투자수단이 첨단화될수록, 한층 깊은 투자지식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젠 정부가 저축을 통해 나라를 살린 국민들에게 빚을 갚을 차례다. '투자의날' 제정은 그 첫걸음으로 의미가 깊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과거 저축이 우리 경제와 생활의 밑거름이었지만 앞으로 투자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저축만을 고집하지 말고, 투자를 적절히 가미해 자산을 굴려나가야 하고,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자산관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


* 협찬 :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증권업협회증권예탁결제원, 자산운용협회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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