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다 훨씬 빠른 美경기 회복세…"비결은 재정부양과 백신접종"

해외경제 포커스 '팬데믹 이후 유로지역과 미국 경기 비교 및 전망'
팬데믹 이전 회복한 미국에 비해 경기 타격 오래가는 EU 회원국들
올해 하반기 유럽 경기도 회복 속도, 우리나라 수출도 긍정적 영향
  • 등록 2021-07-18 오후 12:00:00

    수정 2021-07-18 오후 12:00:00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 모두 봉쇄조치 등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1년 6개월여만에 미국 경기는 거의 회복해 성장하고 있다. 반면 유로 지역 경기는 여전히 미국에 비해 회복세가 느린편인데 이와 관해 유럽 지역의 정부가 돈을 덜 풀었고 백신보급율을 강도 있게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감염병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미국유럽경제팀이 발간한 ‘팬데믹 이후 유로지역과 미국의 경기회복 격차 발생 원인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성장 격차 원인은 재정부양책 규모와 백신보급율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유로지역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 이후부터 회복 속도의 차이를 보여왔다. 미국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를 100으로 놓고 볼 때 올해 1분기 99.1%까지 회복해 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도달했지만 유로지역은 94.9%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코로나19에 의한 타격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자료=한국은행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 규모와 백신보급율이다. 우선 유로지역은 유럽연합(EU) 차원의 유럽안정화기구를 통한 회원국 자금지원, 유럽투자은행 기업 보증 등을 통해 5400억 유로의 공동 대응에 나섰고, 회원국별 재정지원이 있었지만 미국에 비하면 투입된 돈이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유로지역 주요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는 4.1%~11%로 16.7%에 달하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최대 1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EU집행위원회와 미국 의회예산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재정부양책의 성장기여도 또한 유로지역이 2.2%포인트로 미국(4.7%포인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은 관계자는 “EU 경제회복기금은 대출, 보조금 등 지원방식이나 기금규모 등에 대한 회원국 간 의견차로 기금 설립에 대한 합의가 지연되면서 경제회복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매판매도 지난해에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들어 미국은 회복세가 빨라진 반면 유로지역은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로지역 접종률은 백신공급 지연으로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 내 공장의 생산 차질로 인해 올해 1분기 공급량을 9000만회분에서 3분의 1수준인 3000만회분으로 당초 예정보다 축소한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및 얀센 백신은 접종에 따른 혈전생성 부작용으로 인해 유로지역 대다수 국가에서 접종이 일시 중단되는 등 보급 속도에도 차질을 빚었다. 반면,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공급량이 충분해 접종지연 현상을 겪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말 기준 유로지역 거주자의 백신접종 의향(40~65%)은 미국(69%)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더해 유로지역의 경우 수출과 여행산업 비중이 미국에 비해 큰데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더 큰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로지역 주요 관광지 국가의 GDP 대비 관광업 비중은 미국(2.7%)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을 보면 유로지역은 19.7%, 미국은 7.7% 수준이다. 미국 상품수출은 2020년 1월을 100으로 볼 때 올해 3월부터 팬데믹 직전 수준을 넘어섰으나 유로지역은 아직 동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과 유로지역의 경제회복 격차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좁혀질 전망이다. 유로지역의 재정정책 확대, 백신접종 가속화 등으로 인해 내년 1분기부터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GDP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역시 지난 6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전망한 것에 따르면 유로지역이 4.4%, 미국이 4.1%로 미국보다 더 큰 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유로지역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으로서 유로지역 성장은 우리나라의 최종재와 중간재 수출을 촉진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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