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 건너간 여야 협치…후쿠시마 청문회·선관위 국조 파기되나

野, 후쿠시마 결의안·이태원특별법 등 강행 처리
與 "국제적 망신, 청문회 약속 스스로 파기한 것"
이달 국회에도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맞붙을듯
  • 등록 2023-07-02 오후 3:38:29

    수정 2023-07-02 오후 7:20:45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여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쟁점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서 7월 국회에도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여야가 지난달 합의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청문회는 첫발도 떼지 못한 채 결국 불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및 수산물 안정성과 어업인 보호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은 여당 불참 속에 재석 172명 중 찬성 171명, 기권 1명으로 의결됐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1일에는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정부와 여당을 향한 화력을 더욱 집중했다. 이 자리에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는 없다”(임종성 민주당 의원),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마셔보고 가족들에게 권유하기 바란다”(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날선 발언도 나왔다.

이재명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무대에서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장외집회를 두고 “규탄대회라는 이름을 빌려 궁지에 몰린 이재명 대표와 그를 위시한 문제 인사들이 사법 리스크 물 흐리기, 정부를 성토하기 위한 자리”라며 “개딸들에게 자신의 불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막을 세워달라는 절규”라고 말했다.

앞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결의안 중 정부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독립된 제3의 전문가집단의 검증 과정 참여 등에 대해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제적으로 망신”이라고 힐난했다.

그동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수능 킬러문항 배제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실랑이를 하며 살얼음을 걷던 여야 관계는 올 상반기 마지막 본회의 이후 완전히 경색 국면에 빠지게 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 외에도 이태원참사특별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감사원 국정조사 요구서 등을 야당 주도로 처리하면서 사실상 협치가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에서 본회의 후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따라 앞서 여야가 합의했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국민의힘 요구)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청문회(민주당 요구)도 결국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합의 없이 결의안을 처리한 것은 후쿠시마 청문회 약속을 스스로 파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관위 국정조사도 이미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인 사항이라 이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 7월 임시국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당은 7월 임시국회 첫 주를 건너뛰고 오는 10일부터 31일까지 임시국회를 가동하자고 민주당에게 제안한 상황이다.

이달 국회에서는 앞서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했던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법안들은 앞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3, 4번째 거부권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으로 맞설 것으로 보여 강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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