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체코리아', 원전 르네상스시대 '맞손'…우크라이나 재건도 협력

韓-체코 원전 생태계 전주기 협력키로
내년 3월 최종 계약 이전 방한 약속도
웨스팅하우스 지재권 분쟁이 최대 걸림돌
"한미 에너지 협력 논의…파트너십 구축"
  • 등록 2024-09-22 오후 3:38:39

    수정 2024-09-22 오후 6:50:42

[프라하(체코)=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자력 발전(원전) 시장에 첫 진출한 ‘팀코리아’가 앞으로 1000조원 이상 규모로 확대가 예상되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수출 활로를 넓히는 행보를 본격화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체코의 원전 동맹 격인 ‘팀 체코리아’(Team Czech-Korea)는 네덜란드, 폴란드 등 원전 건설을 앞둔 유럽 국가나 제3국으로 진출하며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공동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신규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체코 수주 과정에서도 불거진 미국계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두코바니 수주 낙관적…웨스팅하우스 소송 관건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체코 현지에서 “우리기업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를 계기로, 원전 건설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포괄적인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해 나가겠다”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과 체코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nuclear energy alliance)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국은 ‘함께 짓는 원전’을 비전으로 원전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 정비, 핵연료, 방폐물 등 원전 생태계의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성에서 열린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한-체코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하는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측의 요청으로 2박 4일간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회담을 진행하며 수주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실제 피알라 총리는 팀코리아의 최종 수주 가능성에 대해 “한수원과 체코 정부가 무사히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본계약 체결 이전에 피알라 총리의 한국 방문 요청을 했고, 피알라 총리는 방한을 약속했다.

유일한 걸림돌은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다. 앞서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은 소송을 미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앞서 2009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따냈을 때도 웨스팅하우스는 지적재산권 분쟁을 일으켰다. 당시엔 일부 설비를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는 조건을 제시해 분쟁을 마무리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9월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미 법원이 각하한데다 과거 UAE 수주 당시와는 다르게 한국형 원전 기술의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수출 통제 문제가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체코 현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파벨 대통령은 “체코나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의 분쟁이 성공적으로 해결되고 오래 끌지 않고 어떠한 방식의 합의를 보는 것이 양측에 유리하다”면서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재권 문제로 소송이 걸려 있긴 하지만 한미 정부 간 원전과 관련된 협력이나 에너지 협력에 대해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다”며 “원전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나오는 시점에 한국과 미국이 조인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되겠다는 것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과 터빈 블레이드 서명식을 마친 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믈린 원전 추가 수주 기대…유럽시장 공동 진출

체코가 추가로 발주 예정인 테믈린 지역 2기 원전건설 사업을 팀코리아가 따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수원은 내년 3월 두코바니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경우 테믈린 사업에서도 체코 정부 측과 단독 협상을 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확정하면 체코로부터 수주하는 원전 사업 규모는 40조원을 웃돌게 된다. 다만 테믈린 원전 사업은 아직 발주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파벨 대통령은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따라서 테믈린 신규 원전 사업을 고려할 것”이라며 “(두코바니 원전 사업 계약) 체결 이후 해당 조건 하에서 추가 원전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체코 원전 건설에도 과거 UAE 사례와 같이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 약속을 지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양국은 원전 건설부터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민간 협력도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체코리아가 네덜란드나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유럽 원전사업에도 함께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목표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양 정상은 외교 안보 문제인 북핵 문제나 러북 군사협력,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 외교부 간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진출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체코 기업과 기술력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교통 및 인프라 분야 재건을 위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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