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 보호 실마리 찾아

소나무과 우리나라 고유종…해발 1500m 이상 고지대만 자생
근래 고사 중…기후변화 따른 봄철가뭄 등 생육스트레스 원인
지리산 세석평전, 구상나무숲 만들 어린나무 활발한 성장 확인
  • 등록 2019-04-21 오후 12:00:00

    수정 2019-04-21 오후 12:00:00

(사진=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생육실태를 조사한 결과, 세석평전의 구상나무 숲이 지리산 내 다른 곳에 비해 어린나무가 활발하게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세석평전 일대에는 직경 5㎝ 이하의 어린나무 개체수가 1헥타르(ha)당 평균 1000여 그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식물로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주로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자생한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1.6㎞ 떨어진 반야봉은 250여 그루, 서쪽으로 0.7㎞ 떨어진 영신봉은 160여 그루, 북동쪽으로 2.2㎞ 떨어진 장터목은 210여 그루, 북동쪽으로 2.8㎞ 떨어진 제석봉은 70여 그루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세석평전의 1ha당 구상나무 어린나무 개체수가 제석봉에 비해 14배나 많은 셈이다.

(사진=환경부,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향후 구상나무 숲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온 및 토양환경, 바람세기, 서식 동식물 등과 같은 구상나무 주변 생육환경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남서쪽으로 4㎞ 떨어진 곳에 있는 세석평전은 해발고도 약 1500~1600m에 있는 오목한 산악지역으로 잔돌이 많은 평야와 같다는 뜻에서 세석평전이란 이름이 붙었다. 경사도 15~20도의 완경사지로 개울이 흐를 정도로 물이 풍부하다. 지난해 평균기온은 약 5.8도이며 총 강우량은 2974㎜이다.

(자료=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전체의 구상나무 서식지는 4180ha로 축구장 6000개 면적에 달하나 근래 반야봉·영신봉·천왕봉을 중심으로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있으며 고사목은 1ha당 50여 그루에 이른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7년부터 구상나무 고사목의 나이테를 분석해 오랜 기간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압박(스트레스)이 누적돼 구상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상나무 고사목 115그루를 분석한 결과 65% 이상이 2010년 이후부터 고사하기 시작했으며 약 70여 년간 생육 스트레스가 누적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생육 스트레스의 원인은 구상나무 숲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판단되며 기후변화에 따른 봄철 가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장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앞으로 구상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생육조건을 찾기 위해 세석평전, 제석봉 등 지리산 일대의 구상나무 숲에 대한 각종 정보를 비교하는 조사·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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