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인 줄도 모른채 달콤한 건배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 등록 2009-03-27 오전 11:49:00

    수정 2009-03-27 오전 11:49:00

[경향닷컴 제공]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선생님과 제자들의 모습이 단란하다. 고등학교 교사 엘레나 세르게예브나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학생들로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러나 샴페인의 달콤함이 혀에서 사라지기도 전 이들에겐 마치 독배와도 같은 고통이 시작된다. 제자들이 한순간 ‘강도’처럼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제자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좋은 성적이 필요했다. 망친 수학시험지를 오늘밤 안에 고쳐야 한다. 마침 세르게예브나는 내일 있을 채점에 참가할 뿐 아니라 답안지를 모아둔 금고의 열쇠를 현재 보관 중이다. 제자들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성적을 당연히 고쳐야 한다며 열쇠를 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의 요구는 협박과 회유, 흥정,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제자들이 말끝마다 들먹이는 “존경하는…”은 교사로서 치명적인 모욕으로 돌아온다. 열쇠는 어떻게 될까.

1981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연극은 당시 구시대의 몰락과 새로운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그렸다는 이유 등등으로 공연이 금지됐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될 무렵, 러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 곳곳에서 공연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시대가 만든 무한경쟁의 비극과 폭력성은 교사와 학생들의 대립으로 분출된다. 사회적인 성공과 인생의 완성을 외치며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아이들. 세르게예브나는 “괴물들이 자라나고 있다!”고 절규한다. 괴물을 키우는 사회가 두려운 것은 세르게예브나 혼자만이 아니다. 출연 길해연·김동현·김종태 등. 연출 이낙형.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7304


▶ 관련기사 ◀
☞50대 이성친구의 부부되기…‘오랜 친구 이야기’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대만을 사로잡다
☞되돌리고 싶은 시간으로 돌아간다면?…뮤지컬 ''시간에''(VOD)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천상의 목소리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