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각설탕(VOD)

소녀와 경주마… 친구 되어 세상 끝까지
임수정 소녀·성인연기 빛나 인공적 감동은 부담스러워
  • 등록 2006-07-26 오후 12:30:00

    수정 2006-07-27 오후 12:10:34

[조선일보 제공]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둔 경주마 천둥의 모든 근육이 폭발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안장 위의 기수(騎手) 시은(임수정)도 필사적이다. 사람과 말의 헐떡임은 하나로 포개지고, 시은의 팔과 천둥의 다리도 같은 리듬, 같은 호흡으로 내딛고 도약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충무로에는 딱히 ‘동물영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게 현실. ‘각설탕’(8월10일 개봉)은 한국영화가 아직 밟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땅으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의 도움 없이, 사람과 동물이 나누는 우정의 감동을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하겠다는 시도다.

엄마 없이 자란 제주도 목장 집 딸 시은에게 망아지 천둥은 친동생과 마찬가지. 그러나 아내를 낙마 사고로 잃은 목장 주인 익두(박은수)는 말을 좋아하는 딸이 마음에 들지 않고, 천둥이까지 몰래 팔아버린다. 아버지의 기대를 배반하고 서울에서 기수 시험에 합격한 시은이 천둥을 다시 만난 것은 2년 뒤. 변두리 나이트클럽 샌드위치맨의 홍보용 말로 전락한 신세다. 시은은 경마장의 ‘왕따’ 윤 조교사(유오성)의 도움으로 천둥을 경주마로 조련하고, 드디어 대회에 출전한다.

경주(競走)기술감독·마필(馬匹)관리감독의 이름이 편집·동시녹음 감독의 이름보다 크레딧에 먼저 등장할 정도로 ‘각설탕’은 ‘배우’로서의 말에 공을 들였다. ‘너는 내 운명’에서 송아지 출산의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어미 말 장군이가 천둥을 낳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충격을 주고, 경마장의 전력질주를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낸 몇몇 비주얼은 이 한국형 동물영화가 거둔 성취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하늘거리는 억새, 새벽안개 자욱한 숲길, 코발트 블루의 바다, 야자수와 초원 등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임수정의 매력도 특유의 빛을 낸다. 사실 기수가 지닌 신체상의 특성을 고려하면, ‘각설탕’은 이 여배우 없이는 시도 자체가 힘들었을 기획이었다. 소녀의 몸에 20대의 감성을 함께 지닌 이 독특한 배우는 천방지축 소녀와 성숙한 어른의 두 가지 이미지를 무난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각설탕’은 넘치는 의욕과 미덕 만큼이나 아쉬움도 적지 않다. 영화의 개별 에피소드는 충분히 감동적이거나 폭소를 터뜨리지만, 각자를 연결하는 이음새는 헐겁고 때로는 연기의 감정 조절에 실패한 부분도 눈에 띈다. 가장 큰 문제는 몇몇 핵심적 장면들이 감동의 눈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아니라,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까 하는 의심을 끊임없이 일으킨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팔아버린 것으로 묘사됐던 천둥이 뜬금없이 서울 변두리에서 알록달록한 마차를 끌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장기가 상해 코와 입으로 피를 쏟는 말을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시키고 그 말이 역전우승까지 차지한다는 설정은 더욱 요령부득이다. 대중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십분 고려한 설정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좀 더 개연성 강한 전개를 거쳐야 했을 것이다. 휴먼 드라마에서 인공적인 감동만큼 부담스런 것은 없다. 각설탕은 분명 달콤하지만, 그 정육면체 모양새까지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영화 `각설탕`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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