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와
기아(000270) 레이 돌풍에 힘입어 경차 시장이 오랜만에 10만대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국내 경차(현대차 캐스퍼·기아 레이·모닝·한국지엠 스파크) 누적 판매량은 12만 245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 6221대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2020년에는 10만 3983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9만 8781대로 10만대 판매가 붕괴됐다.
내리막을 걷던 경차 시장이 반등에 성공한 건 현대차의 첫 경형 SUV 캐스퍼의 돌풍 덕이다. 올 11월까지 캐스퍼의 판매량은 4만 4493대로 그랜저·아반떼·팰리세이드에 이어 현대차 내수 판매량 4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지난달에는 반도체 수급 완화가 해소되며 5573대를 판매해 월 최다 기록을 쓰기도 했다. 레이도 올 누적 판매량 4만 583대를 기록하며 경차 시장 확장에 기여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가 나오면서 경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고유가 지속에 이어 물가 상승까지 겹치자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에 경차가 다시 주목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경차는 경기 불황이 호재인 대표적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경차는 15만6521대 판매되며 국내 시장 점유율 27.6%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 경차 세제 혜택 축소로 하락세를 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부활에 성공했다. 경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만 6174대가 판매된 뒤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다가 2012년 21만 6221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 경차 시장이 1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내년에도 경차 판매가 계속해서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30년간 경차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한 한국지엠의 스파크가 올해 단종되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레이와 모닝에 밀렸지만 매년 꾸준히 1~2만대가량 판매량을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경형 SUV라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의 등장과 경기 불황 등으로 경차 시장이 반등한 것은 맞다”면서도“스파크가 단종되는 상황에서 경차 시장이 더 크기 위해서는 캐스퍼 전기차 등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