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일상이 일상 아니고 보통이 보통 아닌 [e갤러리]

△드로잉룸서 개인전 연 작가 최모민
흔하게 보이는 길·집·사람 담아낸 화면
변화하는 속도로 생긴 분열까지 심어
실내로 간 풍경엔 빗물 고인 축축함도
  • 등록 2022-10-13 오전 9:39:47

    수정 2022-10-13 오전 9:39:47

최모민 ‘빗물을 받는 잔들’(2022), 캔버스에 오일, 100.5×80㎝(사진=드로잉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을 덮은 비구름에서 후드득 ‘물’이 떨어지는 중이다. 그저 평범하게 ‘빗물’이라 하면 편할 테지만, 굳이 비틀어댄 건 이 장면 역시 그리 편치 않아서다. 초록구름에서 떨어진 초록물이 유리잔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중이니까. 게다가 좀더 들여다보면 말이다. 몇몇 잔 속에는 반신욕 중인 인간형상까지 보이는 거다.

작가 최모민(37)은 ‘일상의 풍경’을 그려왔다. ‘보통의 풍경’이라 얘기하는 그거다. 맞는 말이다. 한때 작업의 근거지이자 모티프기도 했던 홍제천 일대에서 작가의 눈에 잡힌 길·집·사람을 자주 화면에 불러냈으니. 하지만 그 일상이 일상이 아니고 보통이 보통이 아니었던 건, 풍경이 변화하는 속도 때문이다. 결국 미처 따라잡을 수 없어 생긴 ‘분열’까지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끝내 극복하지 못했을 그 상황이 이젠 실내로 옮겨왔나 보다. ‘빗물을 받는 잔들’(2022)을 앞세워 작가의 시선은 일제히 내부, 그것도 ‘물 떨어지는 집안’에 모였으니. 습기 가득한 공간이 풍기는 축축한 기운이 눅눅하지만은 않은 건 기발한 상상을 입은 색감 덕이다. 이젠 보통을 넘은, ‘독특한 풍경’이라 해야 될 듯하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드로잉룸서 여는 개인전 ‘내가 애정하는 로봇청소기는 오늘도 거실지도를 만들어 활보한다’에서 볼 수 있다.

최모민 ‘빗물을 받는 마룻바닥 위의 잔들’(2022), 캔버스에 오일, 91×65㎝(사진=드로잉룸)
최모민 ‘젖은 커튼 뒤에 남자’(2022), 캔버스에 오일, 73×50㎝(사진=드로잉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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